1-6
쏴아아.
머리 위로 물이 쏟아진다.
쏴아아아-
머릿속을 정리하겠다고 씻으러 들어왔지만 사실 머릿속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다. 애초에 샤워 따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쏴앗--뚝.
무심하게 수도꼭지를 내리자 물줄기가 끊겼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툭툭 털었다. 맺혀있던 물방울이 발등 위로 떨어졌다.
센이시 히치카와 : 드라이기가... 없네. 어쩔 수 없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머리카락 위에 수건을 얹어 물이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은 다음 바지를 입었다. 수건을 내려놓은 뒤 니트를 입자, 그제야 평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코이노와 방금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코이노 미노리 : 둘째, 일단 너는 살 것 같다.
그땐 대충 알아들은 척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코이노가 무슨 의도로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코이노는 내가 흑막에게 이용당하는, 소위 살인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도구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살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모두 초고교급인 이상 지능으로 살거나 죽거나를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고.
그래, 거기까진 이해했어.
근데 왜 그걸 나한테 알려주는 거지? 내가 꽂힌 사실은 이것이었다. 코이노는 이 문제에 대해 본인도 머리가 복잡하니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거짓말이다. 명백히.
일단 나는 살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으면, 나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이유로, 정말 믿긴 힘들지만 가설 하나를 세웠다.
센이시 히치카와 : 코이노가 날 도와주는 걸 수도 있다는 거지?
일단 그렇게 결론짓긴 했지만. 솔직히 말도 안 되잖아.
코이노 미노리 : 야. 기억상실증. 나와봐.
그래. 날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르고, 중요한 얘기를 할 거면 자기가 들어오면 되는데 나보고 나오라고..
아니다... 슬슬 나가볼까. 이대로 하루종일 방 안에 박혀있을 수만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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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자마자 식당 앞에 서서 얘기를 하는 세 사람이..... 보이긴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타라 이루카나 : 개 같은 년이... 누군갈 해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 내 손으로 널 죽일 거야.
코이노 미노리 : 흠~ 글쎄다? 내가 누군가를 해치면 모노키츠네에게 처형당하거나 너네가 죽지, 너가 날 죽일 순 없을걸.
시나하라 아쿠아 : 저기...!! 둘 다 진정해...!!
나는 살벌한 분위기의 타라와 코이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시나하라에게 다가갔다.
센이시 히치카와 : 시나하라.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시나하라 아쿠아 : 그, 이리 와 봐.
시나하라는 눈치를 보더니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개인실 복도 쪽으로 날 끌어당겼다. 나는 시나하라에게 끌려가듯 함께 달렸다.
시나하라 아쿠아 : 코이노가 개인실 쪽에서 오다가 타라랑 나랑 마주쳤는데, 코이노가 ''파란 머리 녀석... 기억은 둘째치고 살 수나 있을까... 과연...-한 상황에서도?...'' 대충 이렇게 중얼거리는 걸 타라가 들었나 봐. 파란 머리에 기억 관련이면 너잖아? 타라는 코이노가 너를 해코지하려는 줄 알았나 봐. 그래서 시비가 붙어버렸어.
센이시 히치카와 :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는 못 들은 거지?
시나하라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나하라 아쿠아 : 혹시 코이노랑 무슨... 얘기했어?
센이시 히치카와 : 얘기를 좀 해보긴 했는데.. 왜?
시나하라는 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왜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시나하라의 입에 귀를 가져다 대자 시나하라는 나에게 속삭였다.
시나하라 아쿠아 : 센이시 너.. 코이노 같은 애랑 어울리지 마.
센이시 히치카와 : 으, 응? 왜?
당황하는 바람에 목소리가 커졌다. 타라가 내 쪽을 힐끗 쳐다본 것 같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코이노가 누군갈 해친 것도 아니고, 이야기해 봤을 때 나랑 마음도 꽤 잘 맞는 친구였는데. 조금 딱딱하고 차가운 태도긴 해도, 어울리지 말라는 건 말이 아니었다.
시나하라 아쿠아 : 쟤. 진짜 누구 죽어야 끝날 것 같아. 너와 코이노가 계속 얘기를 하면 저쪽도 알아내는 게 있을 거고, 결과적으로 너에게 해가 될지도 몰라.
시나하라 아쿠아 : ...응? 코이노 무서운 애잖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본인 부모님이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무표정이었어. 오히려 웃었다고.
센이시 히치카와 : 그래도 같이 지내지 않는 건 좀 아니야. 클래스메이트고, 무엇보다 마음이 꽤 맞거든.
시나하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코이노가 그렇게 싫은가 싶다가도 코이노가 지금까지 우리 앞에서 했던 언행을 보면 그렇게 보는 것이 무리도 아닐 것 같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아, 미안. 아까 둘이서 얘기 나눴을 때 말하는 거였어. 물론 코이노의 딱딱한 태도는 나도 무섭고 이해가 안 되지. 그렇지만 코이노가 누군갈 해칠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시나하라 아쿠아 :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 나는 코이노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사람을 죽여봤을 가능성을 생각해 봤어. 이레나처럼...
시나하라는 이레나를 언급하다가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레나는 본인이 스스로 사람을 죽였다고 언급했다. 코이노도 그럴지는 코이노 빼곤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시나하라의 입장에서 코이노는 이미 고전 비디오 RPG 게임에 나오는 마왕, 내지는 보스였다. 일단 시나하라의 선입견부터 고치고 코이노 이야긴 그때 시작할까... 생각하던 때에.
코이노 미노리 : 두 분. 무슨 얘기를 그리도 재밌게 하실까?
센이시 히치카와 : 응? 그, 그냥 시나하라 전남친 얘기.
코이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말이 이상하게 튀어나왔다. 시나하라도 눈이 커져 나와 코이노를 번갈아보다 말을 받았다.
시나하라 아쿠아 : 어엉, 마, 맞아! 그니까 환승이별을 했다고! 클럽에서 만난 여자애랑! 완전 쓰레기 아니야?!
센이시 히치카와 : (진짜 있었던 일처럼 말하네...)
나는 코이노가 듣지 않게 시나하라에게 속삭였다.
시나하라 아쿠아 : (코이노 듣겠어...!!) 큼! 아무튼, 센이시가 완전 연애상담 전문가여서 얘기 좀 하고 있었어. 물론 갇힌 상태에서 남친이고 뭐고 상관없지만, 여기서 나가면 화끈하게 복수해 버릴 거야!
코이노 미노리 : 씁- 재밌는, 얘기네. 그럼 난 식물학자랑 마저 얘기 좀 할게.
코이노가 타라의 개인실 안으로 사라지자, 우린 편히 쉬지 못하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나하라는 다시 코이노에게 들키는 것이 우려되었는지 이만 헤어지자고 했다. 나는 그것에 동의하였고 우린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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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와 토라시의 앞엔 그릇이 놓여있고, 그것 안에는 끈적하게 녹은 갈색의 무언가가 들어있다. 그것 위에는 파슬리와 폼으로 식물정원에서 뜯어온 풀이 놓여있다.
에스티 : 그, 래서 히네노야.... 이게 뭔데?
히네노야 나오미 : 뭐긴 뭐야? 간식이지. 일명 '초코 바나나 옥수수 양송이 수프!'
토라시 치사토루 : 그, 니 요리는 진짜 모-
에스티 : 자, 자... 히네노야가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먹어볼까..?? 하하...
에스티는 나름 용기 있게 숟가락을 그것 안에 집어넣고, 한 숟갈을 크게 떠 입안에 넣는다. 히네노야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둘이 먹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에스티는... 그만 정신을 잃었다. 물론 진짜 기절한 것은 아니고, 식감이며 맛이며 비주얼이며 모든 것이 끔찍해서였다. 하지만 히네노야의 정성을 무시하고 맛이 없다고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에스티는 결국 정신력으로 한 그릇을 비워냈다.
히네노야 나오미 : 에스티 잘 먹네! 토라시는 왜 안 먹어?
토라시 치사토루 : 내, 내는 약간 속이 안 좋아서... 물론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히네노야 나오미 : 그럼 버릴 순 없으니.. 나도 먹어볼까...
히네노야는 한 숟가락 가득 수프를 떠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웃음을 잃었다. 히네노야는 조용히 싱크대로 가서 입 안의 것을 다 뱉어버렸다.
히네노야 나오미 : 하하...음... 맛있네..? 에스티 너는 이걸 어떻게 먹은 거야...?
에스티 : 악으로 깡으로... 가 아니라 맛있어서....?????
에스티는 자신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도 맛없다고 온몸으로 호소하는 걸 내가 맛있다고 해도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에스티 : 토라시 것도.. 먹을까????? 하하하....!!!!!
토라시 치사토루 : 결국 실성했노.
에스티는 히네노야의 눈치를 보며 토라시의 것도 비우다가 그만 정신을 잃었다. 이번엔 진짜 기절이었다.
히네노야 나오미 : 에스티?! 너 괜찮아?
에스티 : ...으윽... 너 요리 못... 해....
에스티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쓰러졌다.
모노키츠네 : 이런이런... 무리하다 쓰러졌군요오오.
토라시 치사토루 : 눕힐 곳이 필요한데...
히네노야 나오미 : 급한 대로 내 방이라도 가자!
모노키츠네 : 그럴 필요 없어요오오. 이런 긴급 상황에는 모노키츠네, 즉 저에게 부탁하면 양호실을 열어준답니다아아. 일단 에스티 군을 양호실로 옮깁시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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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실은... 설명도 할 필요 없이 그냥 양호실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양호실 하면 이곳이 선정될 것 같았다.
오른쪽 구석엔 책상과 위의 선반, 뒤에도 선반. 침대 두 개. 일단 왼쪽 침대에 에스티를 눕힌 둘은 한숨을 돌렸다.
에스티 : ...뭐야. 나 진짜 쓰러졌었네.
히네노야 나오미 : 오! 정신이 드나?
모노키츠네 : 이 침대는 일명 '마법의 침대'라고 불리죠오오. 누운 지 1초 만에 회복! 물론 중상이 아닐 경우지마아안...
토라시 치사토루 : 그런 말도 안 되는 침대가 다 있노. 아무튼, 히네노야 니는 다신 요리 하지 마라.
히네노야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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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 미노리 : 식물학자.
타라 이루카나 : 아니 그래서 해명을 해 봐. 계속 대답 회피하시던데, 내가 오해를 했으면 오해라고 얘길 하던가.
코이노 미노리 : 오해야.
타라 이루카나 : 더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코이노는 타라의 개인실에 앉아야 했다. 기억상실증하고만 얘기하려 한 거지, 식물학자랑 얘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코이노는 생각했다.
코이노 미노리 : 일단 '사람이 죽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는 학급재판에 대한 거야. 걔 멘탈 뭐시기가 아니라고. 걔는 재능도 모르고 기억도 안 난다는데, 과연 학급재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던 거라고.
타라 이루카나 : 그래서. 진짜 센이시 해코지할 생각이 있어, 없어?
코이노 미노리 : 걔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는데. 일단 걔는 흑막의 보호를.. 아, 또 화내실까 봐 미리 말한다. 흑막의 보호라는 건 걔의 기억상실증을 흑막이 이용하기-
타라 이루카나 : 됐고, 마저 말해.
코이노는 자꾸 자신의 말을 끊어먹는 타라가 답답했다. 이 식물학자랑 기억상실증이랑 대체 무슨 사이기에 식물학자는 기억상실증 관련 얘기만 해도 노발대발 화를 내는 걸까. 코이노는 의문점이 생겼다.
코이노 미노리 : 흑막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걔를 건드려서 재판을 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처형을 시킬 거야.
타라 이루카나 : 죽이지 않는다면?
코이노 미노리 : 교칙 4번. 모노키츠네와 학생들에 대한 폭력을 금지합니다. 죽이지 않고 다치기만 해도 흑막은 교칙 위반을 들먹이며 처형할 거야.
타라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는 생각했다. 설득이 거의 끝났다고.
타라 이루카나 : 센이시 기억 찾아주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것을 축하해.
코이노 미노리 : 잠깐, 누구 마음대로?
타라 이루카나 : 내 마음이야. 해코지 안 한다며? 여기 함께 있는 것 만으로 잠자리가 평안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나 좀 자게 빨리 나가.
코이노 미노리 : 그러시던지. 자알- 자세요.
코이노는 문을 꽝 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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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게 없어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패드에 알림이 왔다. 확인해 보니 에스티의 메시지였다.
에스티 / 속보! 긴급 상황이 일어나면 모노키츠네가 양호실을 열어준대.
니에류우 텐 / 좋은 정보야. 어떻게 알았어?
토라시 치사토루 / 히네노야가 만든 음식 먹고 쓰러져서..ㅋㅋ
히네노야 나오미 / 토라시 치사토루 조용히하셈
웃픈 해프닝이네... 그럼 살해 시도로 죽기 직전인 사람도 양호실까지 옮길 수만 있다면 살릴 수 있다는 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제 진짜 살인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혹시 몰라서 쓰는 건데
센이시 히치카와 : 살인만은 안 돼...
그렇게 보내고 나서 살짝 후회했다. 너무 오글거리네. 이 방에 코이노도 있는데... 물론 코이노가 이런 메시지를 읽을 리가 만무하지만.
코이노 미노리 / ㅇ
코이노 미노리 / 매일 가는 그곳으로 집합.
아..
나는 재빨리 패드를 끄고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개인실에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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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거의 대부분 여기 모여있군. 역시, 매일 가는 장소라면 더 볼 필요도 없이 식당이지.
하나리 에린 : 미노리! 왜 부른 거야??
코이노 미노리 : 일단 내가 보기엔 오늘부터 내일 사이 무조건 살인이 일어나거든?
캡틴 유레이 : 코이노. 뭐라는 거냐.
코이노 미노리 : 조용히 하고 들어. 이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하냐 이거야.
코이노는 얼굴에 어두운 색을 띄웠다. 답지 않게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레나 디너아 : 음... 살인 예방이라....
오마지나 하나시 : 음... 하아.
평소 조금 장난스러운 태도였던 이레나와 오마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놀라울 정도로 진지했다.
후카바야시 츠이키 : 아! 아!!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그렇게 정적만이 흐르다가, 갑자기 후카바야시가 식탁을 쾅 내리치며 펄쩍펄쩍 뛰었다. 코이노는 흥미로운 듯 눈썹을 까딱였다.
후카바야시 츠이키 : 불치병 세우자!! 불치병이 맞나..? 아무튼 비슷한 거, 있잖아!
오마지나 하나시 : 하아... 불치병이 아니라... 불침번 말하는 거지?
후카바야시 츠이키 : 어어! 그거야 그거! 역시 언어학자인가!
오마지나 하나시 : (언어학자여서 그런 게 아니라 상식이라고...)
오마지나가 작은 소리로 한숨을 쉬었지만, 다행히도 후카바야시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자아도취해 있느라 못 들은 듯했다.
코이노 미노리 : 좋아. 여기까지 이미 예상했었어. 그다음은 역시..
니에류우 텐 : 누가 하느냐겠지?
코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 이루카나 : 그럼.. 오늘 불침번 하고 싶은 사람? 일단 나부터.
타라를 포함한 몇 명이 손을 들었다. 대체로 유레이와 니에류우같이 힘이 세고 날렵한 아이들이었다. 불침번이 된다면 밤 중 살인은 예방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살인 위협도 받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불침번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내가 불침번을 하더라도 효과는 거의 제로일 테니까.
캡틴 유레이 : 어차피 난 배 생활에 익숙해진 탓에 밤에 자지도 못하니, 내가 할게.
니에류우 텐 : 그럼, 유레이랑 타라에게 부탁해도 될까?
타라 이루카나 : 옛썰!
타라는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 경례하는 포즈를 취했다.
캡틴 유레이 : 타라, 넌 어느 구역을 맡을 거야?
타라 이루카나 : 글쎄. 개인실 위주로 보는 게 낫다고 보는데.
캡틴 유레이 : 그럼 내가 연구교실 쪽 통로를 지킬 테니, 넌 반대쪽을 감시해.
타라 이루카나 :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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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실에 다시 들어와 코트를 벗고 침대에 무작정 드러누웠다. 벌써 4시 반이라.. 솔직히 뭘 어떡할지 잘 모르겠다. 동기도, 불침번도 다.
그래. 첫 번째부터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 보자. 생각을 정리하는 건 내 취미이자 특기니까.
첫 번째, 동기. 일단 동기 비디오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을 미루기로 했었지. 엄마랑 모습이 똑같은 걸 보면 진짜지만, 내용 상 진짜일리도 없기도 하고.
두 번째 추가 동기는 비밀에 관한 내용. 이레나는 사람을 죽였다고 했어.. 니에류우와 시나하라도 이레나보단 약하지만 강한 비밀이 있었다. 나는 기억이 없으니 내가 사람을 죽였는지 약을 하고 다녔는지 알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불안하다. 기억 문제는 지금 생각할 건 아닌가? ...몰라. 여기서 나가기 전까지는 썩어 넘치는 게 시간인데, 아직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나중에 생각하자...
세 번째, 불침번. 유레이랑 타라가 오늘 밤 불침번을 맡기로 했다. 둘 다 무력 자체는 강력하니 신뢰는 하지만.. 둘이 지키기로 한 통로는 멀리 떨어져있다. 둘 중 한 명이 습격을 당한다고 해도... 아, 소리는 들리려나. 나답지 않게 이런 생각을 해버렸다. 뭐, 난 둘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불안감을 덜어내고-
자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어서인지, 현재 조금 졸리다. 그럼 한숨 자볼까, 생각하며 자기 좋은 상태로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퇴고에 퇴고를 반복하다보니 이틀 늦었네요. 푸슝에는 비일상편을 8화 정도에 넘어가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바로 다음 편에 넘어갈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