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yjane 2024. 9. 5. 22:34










꿈이라는 것을 꿔본 적이 있는가? 잠을 잘 때 꾸는 꿈이 아닌, 책임감 혹은 사명감. 니에류우 텐은 이틀 전 처음으로 꿈을 꾸었다. 수사반 시절엔 그저 형님들의 지휘에 따라서 움직인 것이었다. '초고교급'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을 때도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니에류우 그 자신은 아니었고, 다른 큰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키보가미네 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자신을 의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니에류우에게는 큰 일이었다. 이제 자신이 행동해야 했다.


니에류우 텐은 그렇게 이틀 전 꿈을 꾸었다.

그리고 세 시간 전 꿈을 잃었다. 정확히는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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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시 히치카와 : 아.... 으윽....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믿기 싫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짜 죽은 것이 맞는지 수십 번 스스로 물을 정도였다. 공허하게 뜬 눈. 그 옆으로 흐르는 피. 피. 피. 피...

모노키츠네 : 아- 아-! 교내방송입니다아아.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아아! 일정 수사 시간 후 학급재판을 열겠습니다아아. 전원은 즉시 시체 발견 장소인 1-A 교실로 모여주십시오오오!

... 이로서 진짜 죽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 보다도 그 정체가 니에류우라는 것이 더 믿기 어려웠다. 우릴 잘 챙기던 니에류우가 밝게 웃는 모습 대신 시체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도 적잖이 충격일지 모른다. 이게 진짜 죽음. 난 지금까지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 물러져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이미 타격을 입고 정상적인 사고를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가 이미 복도 한가운데에 주저앉아있다는 것을 꽤 늦게 알아챘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일어나 앞을 보았다. 아이들은 현장을 살피거나, 나처럼 맥이 빠지거나 두 부류로 나뉘어있었다. 몸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앉아있는 느낌이어서, 나는 휘청이며 제일 먼저 보였던 유레이에게 다가갔다.

캡틴 유레이 : 아... 아아...... 니에류우...

센이시 히치카와 : 유레이... 괜찮아?

캡틴 유레이 : 아... 전혀 아니긴 한데... 역시 조사를 해야겠지...

유레이도 충격을 많이 받았나 보다. 역시... 니에류우는 친구, 동료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이끌던 리더였으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 정신을 빨리 차린 편이었다.

하나리 에린 : 거, 거짓말이지...? 제발... 으으...

시나하라 아쿠아 : 우, 우욱... 그럴 수가...

신마에 히요리 : 아아아... 안 돼.... 으으윽... 엄마...

어느새 신마에도 합류해 있었지만 심각하게 겁을 먹은 상태였기에 굳이 말을 걸진 않았다.

코이노 미노리 : 바보들. 멘탈 나간 꼬라지 하고는.

센이시 히치카와 : 코이노.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마음을 추스르기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코이노 미노리 : 그래. 정확히 짚었네. 우린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다고. 조사를 안 하면 우리 모두 학급재판에서 몰살당할걸? 빨리 몸을 움직여, 기억상실증.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라고 해도 뭘 해야...

내가 시체를 살짝씩 흘깃흘깃 보고 있는데, 모노키츠네가 바닥에서 등장했다. 손에는 태블릿을 쥐고 있었다.

모노키츠네 : 음! 센이시 구우운.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죠오오? 다들 살인사건은 처음일 테니 제가 특별히 모노키츠네 파일을 준비하였습니다아아! 사망 시각, 흉기, 기타 등등등등등....이 적혀있으니 감사히 생각해애애!

오마지나 하나시 : 내용은 믿어도 되는 거겠지? 네가 꼼수 부려서 조작한 거 아니야?

모노키츠네 : 속고만 살았나요오오? 당연히 모두 진짜아아! 제가 보장합니다아아! 그래도 의심이 가면 모노키츠네 파일엔 곁눈질도 주지 않고 직접 조사하면 된다구우우.

모노키츠네가 보장하는 건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나는 반쯤, 아니 그냥 체념하며 모노키츠네 파일이라는 이름의 태블릿을 주웠다.

두 번 터치하자 현란한 타이포그래피 동작과 함께 [모노키츠네 파일 1-1]이라는 화면이 등장했다. 화면에는 시체의 사진, 피해를 입은 부분이 피 색으로 표시된 사람 실루엣의 그림이 떠 있었다. 사진을 딱히 보고 싶지 않아 [상세 정보]를 눌렀다.


[모노키츠네 파일 1-1 상세정보 ]

피해자 : 니에류우 텐
사인 : 왼쪽 두부 가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차례 내리친 것으로 보인다.
시체 발견 장소 : 1-A 교실.
사망 시각 : 새벽 4시경.

기타 : 별다른 외상은 없으며 왼쪽 두부의 상처 부근에 흰색 가루가 묻어있다.



딱히 중요해 보이는 건 없었지만 거짓도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내 눈에 띈 것은... 흰색 가루? 나는 시체에 슬쩍 눈을 돌렸다. '상처 부근에 흰색 가루가 묻어있다'는 것은 정말이었다. 설탕이나 소금처럼 고운 가루가 아닌 무언가 바스러진 느낌이 들었다.

상처를 보고 막막해하고 있는데, 모노키츠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모노키츠네 : 근데에에... 너네 일행 인원 점검은 하고 있어어? 정확히 시체 포함 16명이 있는 것 맞아아? 한 명이 비는 것 같은데.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럴 리가 없는데..?

하타미츠 코지 : 잠깐만요. 하나... 둘... 셋... 음... 잠깐만! 잠깐만요! 타라 씨가 어디 가셨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나미유 카츠키 :
아..!

하타미츠의 외침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위험하다. 나는 같은 기분을 느낀 하타미츠, 나미유와 함께 무작정 개인실 쪽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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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츠 코지 :
하아... 타라 씨는 개인실에 계시겠죠?

센이시 히치카와 : 아니면 어디겠어?

나미유 카츠키 : 앗... 개인실 문이 열려있어요..!

나미유는 문을 가리켰다. 우리 셋은 불길한 예감을 내려놓지 못한 채로 개인실 문을 살짝 열었다. 풀 내음이 돌았다. 문틈 사이로 초록빛 식물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타라!!! 안에 있어? 잠시 실례할게..!

나는 문을 세게 열고 개인실로 들어갔다. 샤워실 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제발 샤워를 하느라 얼굴을 비추지 못한 것이길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샤워실의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밀었다. 그리고, 지독하면서도 향기로웠던 풀 내음은 살이 타는 냄새로 바뀌어갔다.



모노키츠네 :
아- 아-! 교내방송입니다아아.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아아! 일정 수사 시간 후 학급재판을 열겠습니다아아. 전원은 즉시 시체 발견 장소인 타라 양의 개인실로 모여주십시오오오!

... 아...

무슨 기분을 느꼈는지,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따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욕조로 달려가서 타라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을 뿐이었다. 타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타라... 타라...!

하타미츠 코지 : 센이시 씨, 진정하세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함이 중요하다는 제 말, 기억 안 나십니까?

그 뒤론... 정말 어떻게 서있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오고... 모노키츠네가 내 앞에 나타나서... 모노키츠네 파일을 놓고 간 뒤... 하타미츠가 나를 위로했다.

하타미츠 코지 : 센이시 씨, 물론 죽음이라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당연히 그렇고,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만... 센이시 씨까지 무너져버리시면... 하아, 솔직히 저도 위로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센이시 히치카와 : 하타미츠...

하타미츠 코지 : 네, 센이시 씨.

센이시 히치카와 : 나한테 상담했던 거... 고쳐졌네. 자, 우리가 무너질 시간은 없어. 할 일을 해야지.

하타미츠는 내가 벌떡 일어나자 놀란 표정을 2초간 유지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타미츠 코지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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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츠 코지 : 아직 충격받으신 분들이 많네요. 전 나머지 분들을 북돋으러 가보겠습니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그래, 힘내.

하타미츠는 이 자리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힘써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힘써야겠지... 조사를 하자.

코이노 미노리 : 그나저나 피해자가 두 명이라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

센이시 히치카와 : 코이노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코이노 미노리 : 글쎄, 동일범이 아닐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동일범일 가능성도 있어. 한 마디로, 모르겠다.

센이시 히치카와 : 어려운 사건이구나.

코이노 미노리 : 그래. 너 모노키츠네 파일도 안 읽었지? 보면 알겠지.

나는 코이노의 말에 서둘러 모노키츠네 파일을 읽었다.


[모노키츠네 파일 1-2 상세정보 ]

피해자 : 타라 이루카나
사인 : 감전사. 욕조에 스턴건이 빠져있다.
시체 발견 장소 : 타라 이루카나 자신의 개인실.
사망 시각 : 새벽 4시 30분경.

기타 : 별다른 큰 외상은 없으나 몸싸움의 흔적이 남아있다.


읽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읽었다. 몸싸움... 타라와 몸싸움? 범인은 힘이 센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기억해 두고, 다른 의문은 없을까?

스턴건? 다시 보니 이상했다. 위험한 것은 다 갖다 버렸고, 개인실 공구 세트에도 스턴건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스턴건의 출처는 어디일까?

코이노 미노리 : 기억상실증.

센이시 히치카와 : 왜?

코이노 미노리 : 이젠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러도 이름 부른 것 마냥 대답하는군. 아무튼, 수사반 쪽에 조사 안 갈래?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가오는 코이노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 갑자기 이렇게 좋게 대하는 이유가 뭐지?

센이시 히치카와 : 평소랑 태도가 변했네, 코이노.

코이노 미노리 : '학급재판에 한해' 너희들에 대한 불신이 상쇄되는 거야. '학급재판에 한해' 협조적으로 대할 생각이고. 아무튼, 가자고.

코이노는 '학급재판에 한해'를 꾹꾹 눌러 말했다. 학급재판에 협조적으로 대해준다는 것은 고맙지만... 다르게 보면 평소에는 비협조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굳히겠다는 것이라 딱히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진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나는 코이노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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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츠 코지 : 아, 센이시 씨, 오셨습니까?

센이시 히치카와 : 우린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해.

하타미츠 코지 : 센이시 씨도 부디 힘내주세요.

나는 하타미츠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시체가 있었다. 나는 시체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코이노 미노리 : 이런. 그러면 시체는 내가 할게. 넌 그냥 주변에 조금 조사하고 있어라. 밀실 트릭 어떻게 한 건지나 알아놔.

센이시 히치카와 : 아, 알겠어.

그러고 보니, 이 교실은 밀실이었지. 뒷문을 잠근 방법은 볼 필요도 없이 걸쇠였고, 앞문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나저나 두 문 다 안에서 잠그는 문이라니... 구조가 어떻게 된 거야.

뒷문을 잠그고, 앞문을 잠그면 그 안의 검정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교실 안에 숨어있다가 우리가 문을 부쉈을 때 혼란을 틈타 합류했다? 말도 안 된다. 그 자리에는 니에류우와 타라 빼곤 다 있었다.

나는 생각을 포기하고 주변 교실 환경을 둘러보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잠시 1-B 교실을 보고 와서 비교해 보니 분명했다. 책상 위치가 뒤죽박죽이었다. 문 옆에 있는 책상. 거꾸로 뒤집힌 책상. 그 외에도 열을 맞추지 못하고 제멋대로 흐트러진 책상들... 밀실 트릭의 일부일까?

코이노 미노리 : 난 책상이 밀실 트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중에서도 정말로 수상하게 문에 딱 붙어있는 이 녀석이 메인이지 않으려나?
 
 코이노는 문 옆에 있는 책상에 손을 올리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먼지가 얕게 쌓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코이노가 책상 가장자리로 손을 옮겨도 먼지는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코이노가 알아채고 책상 양 끝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자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러니까, 범인이 책상을 이렇게 잡고 일부러 문 옆으로 옮겼다는 거지? 나머지 책상은 다 조작한 거고?

코이노는 만족한 듯 박수를 딱 쳤다.

코이노 미노리 : 그거야. 드디어.

코이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웃었다. 잘했다는 양. 내가 수사 노예도 아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려 시야를 가려 그 웃음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토라시 치사토루 : 에헤이, 그렇게 잘생긴 얼굴 구기면 쓰나.

내 등 뒤에서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토라시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심장이 아팠지만 별로 안 놀란 척하고 토라시에게 고개를 돌렸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아, 토라시. 좀 어때? 잘 돼가?

토라시 치사토루 : 그렇지 않았으면 오지도 않았지. 그게...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말이다.

코이노 미노리 : 뭔데?

토라시는 이제야 코이노를 발견한 듯했다. 그의 눈 크기와 작게 벌려진 입이 증명하고 있었다. 토라시는 목을 가다듬고, 굳이 시선을 피하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토라시 치사토루 : 타라의 모노키츠네 파일을 보는데 사망 시각이 니에류우보다 늦은 거 있제? 근데 니에류우는 교실에 있었다 안카나? 그 말은 타라가 더 늦게 죽었는데 어떻게 불침번 시스템을 뚫고 니에류우를 죽였냐 이거야.

토라시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의문점이 커졌다. 토라시의 말은 정말이었다. 타라를 죽이고 니에류우를 죽였다고 해도, 모노키츠네 파일에 모순이 생긴다.

센이시 히치카와 : 이게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지. 고마워, 얘기 잘 들었어.

토라시 치사토루 : 그럼 학급재판에서 보지. 이만!

토라시는 그대로 쏙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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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 미노리 : 이제 어디를 조사해야 하지... 기억상실증, 어쩌고 싶어?

센이시 히치카와 : 나는 코이노, 너의 채팅 기록을 보고 싶은데.

코이노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가, 금세 원래의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코이노는 모노패드를 만지작대다가 나에게 건넸다.

코이노 미노리 : 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찔리는 것도 없으니 상관없겠지.

나는 코이노의 채팅 기록 중 맨 위에 있는 채팅부터 하나씩 살펴보았다. 일단, 내가 코이노의 채팅 기록을 보고 싶었던 이유인 타라와의 채팅을 살폈다.


타라 이루카나 /

코이노 미노리 /


센이시 히치카와 : 여긴 봤던 부분이고...

나는 그 부분으로부터 화면을 위로 올렸다. 화면은 수월히 올라갔고, 새로운 대화를 비추었다.


코이노 미노리 / 그럼 내가 감시 좀 해줄게

타라 이루카나 / ㅇㅋㅇㅋ 감사

타라 이루카나 / 아 밤시간 됨 잘 자셈

코이노 미노리 / 안 잠


어? '감시'..? 거기다 안 잔다는 건 무슨 소리지? 코이노에게 직접 물어봐야 될 것 같다.

코이노 미노리 : 내가 안 잤다는 거... 본거지?

센이시 히치카와 : 어떻게 알았어?

코이노 미노리 : 너는 네가 봤던 부분이라고 했던 부분부터 살짝 화면을 올렸지. 그리고 네 표정을 좀 의식해. 얼굴에 '이건 뭔 개소리지?'라고 쓰여있다고.

나는 코이노에게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코이노 미노리 : 설명은... 재판에서.

코이노는 슬쩍 미소를 짓고는 모노패드를 빼앗아가 주머니에 모노패드를 집어넣었다.

코이노 미노리 : 아무튼, 이제 다른 것도 조사를...

코이노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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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키츠네 : 아- 아-! 교내방송입니다아아. 지금, 학급재판을 개정하겠습니다아아! 모두들, 지금 당장 학급재판장으로 모여주십시오오오!

코이노 미노리 : 하... 씨. 끝나버렸네. 조사 못한 게 더 많은데.

센이시 히치카와 : 일단 가는 수밖에 없겠지.

나와 코이노는 학급재판장으로 향하며 각자 생각을 정리했다. 혼란스럽다. 두 명이나 죽은 것에 더불어, 그 두 피해자가 리더였던 니에류우와 내 기억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던 타라라는 것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학급재판장에 다다라 있었다. 서서히 문을 열었다. 우리가 제일 마지막인 듯했다.

캡틴 유레이 : ....... 하아.

하나리 에린 : 흐으윽...

이레나 디너아 : 으... 분위기가...

에스티 : ... 다들,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고 여기 서있을 수는 없잖아.

에스티의 말에 몇 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 명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전에도 봤지만 역시 엄청나게 넓다. 간신히 서있는 듯한 친구들도 모두 탑승하고, 내가 맨 마지막으로 탔다.

모두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공간이 괴상한 끼익 소리를 내며 이동을 시작한다. 방향이 아래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내려간다. 내려간다. 끊임없이 내려간다...

40초쯤 지났을까? 문이 천천히 열리고, 밝은 조명이 공간을 밝힌다. 얼마 안 지나 눈은 밝기에 적응을 했고, 서서히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디딘다. 그러자 저 멀리 흰색 반, 검은색 반의 물체. 즉, 모노키츠네가 보였다.

모노키츠네 : 빨리 오라구우우!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잖아아! 자, 자. 다들! 자신의 이름이 쓰인 자리에 위치해주시길 바랍니다아아.

나는 먼저 앞으로 걸어가 본다. 잘 보니, 각 자리에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다. 오마지나 하나시, 시나하라 아쿠아, 센이시 히치카와. 아, 여기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 위치한다. 절망. 절망의 색채가 공기를 감싸고, 모두 각자의 색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노키츠네는 재빨리 설명을 시작한다.

키츠네 : 먼저, 학급재판의 규칙을 간략하게 다시 설명하겠습니다아아! 학급재판은 살인을 한 검정과 그를 제외한 나머지, 즉 하양의 대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아아.

키츠네 : 하양들의 목표는 검정을 찾아내는 것. 하양이 재판에서 승리할 시, 검정은 처형당하고 하양들은 생활을 이어갑니다아아! 반대로 검정의 목표는 들키지 않고 다른 사람이 투표받는 것. 검정이 재판에서 승리할 시, 검정은 탈출하고 하양은 전원 처형당합니다아아!

키츠네 : 그러니 하양들은 열심히 검정을 찾아야겠지이이? 검정은 안 들키려면 잘 거짓말을 쳐야 할 거야아아! 자, 그러면, 학급재판! 개정합니다아아!

정적이 감돈다. 이 짓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수가 없다. 강제이다. 그리고... 이 짓을 하는 마땅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진실과 싸운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헐뜯는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진상을 파헤친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의심한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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