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yjane 2024. 11. 14. 20:50











타미츠 코지 : 큼, 조금 표현이 과격하시긴 하지만... 유레이 씨는 확실히 범인이 아니네요.

틴 유레이 : 그, 그렇지..? 아무튼, 타라를 제압한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유레이의 말에 우리 일동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레이가 보지 못할 정도로 행동이 크지 않고, 유레이가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제압하는 방법이라..?

미유 카츠키 : 흐음... '조용히' 제압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네요. 무력을 썼다면 분명 타라 님이 이기거나 유레이 님이 들었을 텐데요...

카바야시 츠이키 : 아. 아. 잠깐만. 아아아! 알겠다!

나는 후카바야시의 입술이 언제 떨어지는지 주목했다.

카바야시 츠이키 : 타라를 제압한 게 아니라 설득한 거지! 어때, 상상도 못 한 방법이지 않냐?

코이노가 혀를 쯧 하고 차며 고개를 저었다. 말이 절대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봤을 거다. 하지만 코이노는 워낙 남의 눈치를 신경 쓰지 않다 보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노 미노리 : 진짜 굉장히 말도 안 돼서 깜짝 놀랐어. 나 사람 죽이러 가는데 길 좀 비켜주시죠~ 하면 누가 들어주겠냐? 더 효율적인 방법을 썼겠지. 잘 찾아봐.

이시 히치카와 : 코이노. 너, 정답을 아는 거지?

코이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답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고 그냥 대답하기 싫거나 우리 알아서 하라는 소리인 듯싶었다. 나는 한숨이라도 쉬어 고달픈 심정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가능성으로 생각해 두던 가설을 꺼냈다.

이시 히치카와 : '조용히' 제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면... 역시 클로로포름이 맞으려나.

레나 디너아 : 크로롤포... 뭐? 먹는 건가요? 프랑스 디저트 이름 같은데.

나하라 아쿠아 : 들어본 적은 있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네.

내가 설명을 하기 위해서 말을 정리하던 찰나, 토라시가 크게 큼큼 거리는 바람에 내 말은 성대 속을 맴돌다 사라져 버렸다. 토라시는 모두의 주목에 흐뭇해하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라시 치사토루 : 클로로포름은 수술 같은 거 할 때 마취제로 쓰이는 유독성 물질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니들 영화 같은 데서 누군가를 납치할 때 손수건에 뭘 묻혀서 뒤에서 턱! 하고 코랑 입을 막으면 픽 하고 쓰러지는 거 본 적 있제? 그때 손수건에 묻히는 것이 클로로포름이다 이거야.

난 토라시의 재능이 초고교급 과학실험부임을 기억해 냈다. 실험하다 보면 클로로포름 같은 물질을 많이 쓰니 익숙하겠지. 그때 후카바야시가 빠르게 손을 들었다.

카바야시 츠이키 : 나 영화 안 보는데.

라시 치사토루 : 하긴, 그 장면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겠네. 그렇다면... 그, 하나리, 니 들고 다니는 공책 좀 빌려줄래? 연필 같은 거도.

나리 에린 : ... 응.

하나리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해 보였지만 남들과 소통은 할 수 있는 수준인 듯하다. 나는 살짝 안도감을 느끼며 하나리가 천천히 토라시에게 공책과 연필을 건네주는 것을 보았다. 토라시는 간단히 감사인사를 하고 후카바야시를 위한 그림을 그렸다.


타미츠 코지 :
그러니까, 이 그림처럼 뒤에서 타라 씨의 코와 입을 막아서 제압했다는 거죠. 타라 씨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기습 공격엔 못 당하셨을 겁니다.

나는 그림을 보며 타라가 범인의 기습에 당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급속도로 기분이 불쾌해지며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지만 어찌어찌 참아낼 수 있었다.


스티 : 음... 그런데, 클... 그러니까 마취제를 쓴다 쳐도, 그걸 어디서 구해?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을 거고.

이시 히치카와 : 아마 보건실이겠지? 그 외에 있을만한 장소가 없잖아.

코이노가 날 상당히 한심한 듯이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노 미노리 : 보건실은 잠겨있잖아. 설마 모노키츠네가 뒤늦게 열어준 건 아니겠지?

네노야 나오미 : 아, 코이노 너는 채팅을 잘 안 읽으니 모르겠구나. 저번에 약간의 사고...라고 해야 하나.. 해프닝으로 에스티랑 나랑 토라시랑 보건실에 들어가 본 적이 있어. 긴급상황에선 모노키츠네가 보건실을 열어줘. 니에류우를 찾을 때 시나하라가 잠시 언급하기도 했고.

에스티 / 속보! 긴급 상황이 일어나면 모노키츠네가 양호실을 열어준대.

시나하라 아쿠아 : 뭐가 됐든 빨리 찾아야 해! 긴급상황에선 보건실을 열어준다고 했으니까 위독해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두 상황을 모두 떠올릴 수 있었다. 코이노가 알겠다는 의미의 '아하' 하는 소리를 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코이노에게선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노 미노리 : 좋아. 여우 자식이 말한 '긴급 상황'이라는 건 아무래도 신체적인 피해를 의미하겠네? 모노키츠네, 맞아?

모노키츠네가 눈을 끔뻑대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걸 자기가 왜 대답해줘야 하느냐는 표정.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이시 히치카와 : 우린 너의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어. 이 사실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우리가 서로 물어뜯는 장면이 나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데? 뭐, 물어뜯진 않을 거지만 말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어?

키츠네 : 오... 갑자기 진지하네에에. 말해주려고 했어어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안... 네, 맞습니다아아! 신체적인 피해, 그리고 기절 같은 것도 포함입니다아아. 재판 끝나고 교칙에 추가해 둘게에에.

모노키츠네가 순순히 말해줬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정보가 아닌 건가. 사실 당연한 질문이기는 했지만 저렇게 쉽게 알려줄 줄은 몰랐다.

틴 유레이 : 신체적인 피해가 없다면 보건실에 못 들어가는 것이군. 그렇다면 검정은 보건실에 어떻게 들어간 거지? 다른 사람을 해하진 않았을 테니... 설마...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애써 정리해 놓은 생각을 어질러놓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선뜻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아니,

이노 미노리 : 하하, 그랬구만. 웃겨.

대담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가능성.

이노 미노리 : 자해를 했구나?

상당히 끔찍한 결론이었다. 의도적으로 남의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행동. 그리고 그 모순이 결론적으로 둘의 목숨에 영향을 끼쳤고, 남은 13명의 목숨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런 짓을 한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 는 생각으로 의지를 다시 다지고 있었는데.

미유 카츠키 : 잠깐만요!

이시 히치카와 : 나미유? 무슨 일이야?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는 거야?

나미유는 '예', 혹은 '아니요'의 대답은 하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유 카츠키 : 보건실에 클로로포름이 있다는 보장이 있나요?

스티 : 나미유, 그 얘기는 이미 끝난 얘기야. 보건실 외에는 있을 곳이 없다고 했었지. 그래서 그... 자 뭐시기 얘기도 나온 거고.

미유 카츠키 : 아니요. 제 말은 실제 존재 여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범인이 어떻게 잠겨있는 보건실에 클로로포름이 있다는 걸 알고 자해까지 하냐는 얘기죠. 기껏 자해해서 들어갔는데 클로로포름이 없으면 자기만 아프잖아요.

클로로포름이 보건실에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건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시 히치카와 : 직접 있는지 없는지 보면 되지.

미유 카츠키 : 네? 하지만 그러려면 보건실에 들어가야 하는 건 똑같은 것 같은데요...

이시 히치카와 : 그렇지. 하지만 생활 중에 보건실에 들어가 본 사람이 몇 명 있었어. 한 번 손을 들어볼래?

그러자 몇 명이 손을 들었다. 내 기준 오른쪽부터 시나하라, 히네노야, 에스티, 토라시, 이레나였다. 시나하라와 이레나는 이레나가 창고를 조사하다 자석에 손을 찧였을 때 들어가 봤을 것이고, 히네노야, 에스티, 토라시는 아까 히네노야가 증언했듯이 약간의 해프닝으로 들어가 보았을 것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범인은 이미 보건실에 들어가 본 사람. 그렇다면 범인은...

이시 히치카와 : 지금 손을 든 다섯 명 중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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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뱉고서 꽤 기분이 나빴다. 반응들이 뭐라고 중 얼거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적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없이 오가는 시선 속에서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범인 후보 중 한 명인 히네노야였다.

네노야 나오미 : 그... 우리 범인 잡아야지..?

자신감에 찬 말투가 아닌, 말끝 억양이 살짝 올라갔다. 범인을 잡는다는 행동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자신이 의심받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한 말투. 이를 뒷받침하듯 히네노야의 동공은 떨리고 있었다.


스티 : 정말로, 이 중에 범인이 있는 거야..?

나하라 아쿠아 : 그런 거, 믿을 수가 없잖아...

라시 치사토루 : 휴, 큰일이 났다고 해야 하나...

레나 디너아 : 내가 범인 후보..?

다섯 명의 범인 후보는 각자의 방식으로 혼란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갑자기 범인 후보로 지목이 되었으니.

카바야시 츠이키 : 저 중 한 명이 구라를 까고 있다는 거군!

이시 히치카와 : 그래. 후보도 줄어들었으니 논의가 더 수월해지지 않을-

그렇게 순조롭게 논의의 다음 방향으로 넘어가는 듯이 보였다... 만. 학급재판 후에도 계속해서 지속될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그때였다.

마지나 하나시 : 이대로는 조금 시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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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야시 츠이키 : 저 새끼 왜 저래? 뭘 잘못 먹었나?

이시 히치카와 : 오, 오마지나? 여태까지 잠자코 있더니 갑자기 시시하다니, 무슨 소리야?

마지나 하나시 : 후후... 너희에게 실망했어.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너무 웃겨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잔뜩 올라간 입꼬리. 빨갛게 상기된 볼. 누군가를 놀리듯 내놓은 혀. 이 모습들이 원래 오마지나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뱉은 말, '너희에게 실망했다'. 무엇이 오마지나를 180° 바꿔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상상할 겨를이 없었다.

이시 히치카와 : 반론하고 싶으면 한 번 해 봐.

마지나 하나시 : 당연하지. 후후후...

난 이미 너의 말을 베어줄 준비가 됐어. 속으로 말했다.

마지나 하나시 : 일단 범인 후보 얘기부터. 네 녀석은 범인 후보가 생활 중 우연히 보건실에 들어가 클로로포름을 볼 수 있었던 다섯 명이라고 했지? 그런데... 여우 새끼나 이미 들어가 본 남한테 물어본다면? 보건실에 들어가서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잖아.

첫 반론은 쉬웠다.

이시 히치카와 : 그 얘기는 쉽지. 16번 교칙을 봐. '살인에 쓰일 도구의 위치에 관해 모노키츠네에게 묻는 것을 제한합니다.'라고 분명히 쓰여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마취제 위치를 묻는다면 당연히 수상하겠지. 오마지나 너의 머리로 봐서 이런 걸 실수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오마지나는 눈썹을 들썩이고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씩 웃었다. 복합적인 감정 따윈 없는 단순히 비웃는 표정. 기분이 저절로 나빠지는 표정이었다.

마지나 하나시 : 으흠. 제법인걸. 바로 두 번째!  타라 이루카나를 어찌저찌 제압했다 치자. 그렇다면 니에류우 텐은 어째서 교실로 향했고, 타라 이루카나가 없어진 것을 봤을 텐데 어째서 수상함을 못 느꼈는가? 그 경찰 양반이 그렇게 경솔하진 않을 텐데 말이지. 말해 봐.

나는 두 번째 질문에서 난이도가 확 올라감을 느꼈다.

이시 히치카와 : 음... 범인이 술수를 썼겠지.

마지나 하나시 : 마지막 질문. 그게 뭔데?

이노 미노리 : 잠깐.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시지. 협조적이다가 갑자기 지랄발광하고 있는 주제에.

코이노가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오마지나는 큰 동요 없이 말을 이었다. 영화 속 두 악당의 대립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지나 하나시 : 후훗, 끼어들지나 마셔. 그 술수가 뭐냔 말이야? 범인은 대체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죽였냔 말이야? 응? 너희가 동료라고 부르던 녀석들이 뒤질 때 그저 퍼질러 자고 있었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오마지나의 그 발언으로 인해서 그제야 알았다. 그가 사람이 죽은 후로 갑자기 돌변한 이유. 아마도 우리가 서로 동료라며 협조하다가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급재판을 방해할 이유가 있나? 오히려 동료를 죽인 범인을 찾는 데 더 협조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시 히치카와 : 오마지나. 너 대체 왜 이래? 우리의 동료를 죽인 범인을 찾고 있는데 이렇게 방해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마지나 하나시 : 신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의 이름이야.

오마지나는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 모두를 노려보았다. 코이노가 혀를 찼다. 기싸움이 끝나지 않은 건가.

이노 미노리 : 네놈이 아까 한 발언을 그대로 돌려 드릴게. 네가 동료라고 부르던 녀석들이 뒤질 때 그저 퍼질러 자고 있었다면 우리 탓을 하면 안 되지. 안 그래요, 언어학자 씨?

마지나 하나시 : 안 잤어. 밖에서 뭔가 벌어진다는 것도 알았어. 슬쩍 문을 열어봤지. 타라 이루카나가 없더군. 이 새끼들 죄다 자나? 뭔가 큰일이 일어났는데? 그때 깨달았어. 이 새끼들 죄다 답이 없구나.

이노 미노리 : 하는 짓 보니 너도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마지나 하나시 : 그래. 나도 답 없다. 너도 답 없다. 우리 다 답 없다. 우린 뒤져도 싸. 신뢰가 영원히 깨지는 것보단 다 같이 뒤지는 게 나-

그때 오마지나의 말을 끊어버린, 내 귀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나리 에린 : 그마아안!!

하나리였다.

나하라 아쿠아 : 하나리..?

타미츠 코지 : 하나리 씨!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친구들의 걱정에 응답해 줄 새도 없이 하나리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리 에린 : 그만, 그만하라고..!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신뢰를 깨트리는 행동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이미 신뢰는 깨졌어. 여기서 더 깨트린다고 변하는 게 있어? 절대 아니야!

나리 에린 : 그건 미노리도 마찬가지야..! 네가 저 신뢰 깨트리기 놀이에 넘어갈수록 상황은 혼잡해지고 나빠진다고..!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친구들이 죽을 때 누가 눈치를 챘고 누가 가만히 있었는가가 아니라 범인을 찾는 거라고!! 죽어도 싼 사람은 없어..!! 으윽..!

하나리가 말을 끝마친 뒤, 재판장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하나리가 두통에 머리를 짚자 토라시가 속삭이며 걱정해 주는 목소리만 들릴 뿐,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정적을 깨트린 것은 에스티였다.

스티 : ... 하나리, 괜찮아? 그 충격적인 걸 보고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나리 에린 : 누가 무리했대..! 괜찮아!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나하라 아쿠아 : 하나리... 걱정했잖아. 다행이다.

틴 유레이 : 하나리가 고맙게도 마음을 잘 추스른 것 같군. 그렇다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 되겠나?

레나 디너아 : 그럼!

하나리로 인해 재판장에 다시 활기가 맴돌자 오마지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 자신 입장에선 동료가 죽었는데 우리가 웃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순조롭게 다음 주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미유 카츠키 : 유레이 님. 다음 주제는 뭐죠?

틴 유레이 : 밤 시간 동안의 알리바이다. 범인 후보 다섯 명은 이미 확정됐으니 다섯 명은 밤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말해 봐라.

레나 디너아 : 뭘 하겠냐. 잤지.

라시 치사토루 : 내도 마찬가지다.

오마지나가 다시 흥미를 찾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건방진 자세로 재판석에 기대었다.

마지나 하나시 : 글쎄다~? 내 옆 방에선 뭔가 다른 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19금이려나~?

나리 에린 : 야, 뭐라는 거야?! 아휴... 쟤는 무시하고 우리는 할 일을 하자.

그러자 히네노야가 움찔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네노야 나오미 : 그렇지만 내 옆 방에서는 정말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 걸? 막 쿵쿵대는 소리랄까..? 그래서 새벽에 잠에서 깼어.

오마지나가 혼자 무슨 상상을 했는지 킥킥대며 웃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카바야시 츠이키 : 보드게이머 옆 방이면 행운 찐따랑 쟤 아니야? 근데 행운 찐따 상태로 봐선 뭘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후카바야시가 '쟤' 라고 하며 에스티를 가리켰다.

나는 신마에를 흘깃 보았다. 그는 방 안에서조차 두려움에 떨며 베개를 꼭 쥐고 있었는지 지금까지도 베개를 안고 있었다. 머리는 떡진 상태로 잔뜩 엉켜있었다. 심히 걱정이 되는 상태였다.

하타미츠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신마에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서서히 정면으로 눈을 돌렸다.

타미츠 코지 : 편견입니다, 후카바야시 씨. 그래도 신마에 씨의 상태로 보아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네요. 그동안은 방 안에서 응답이 없으셔서 상담조차 못 했는데... 신마에 씨와는 재판이 끝난 후 한 번 대화해 볼 테니, 일단 지금은 쉽고 빠르게 하죠. 에스티 씨, 뭘 하셨죠?

하타미츠의 예리한 질문에 에스티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갔다. 그리고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의심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미유 카츠키 : 숨긴다고 좋을 건 없어 보여요.

스티 : 음... 이걸 얘기해도 되나...

에스티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나하라가 빠르게 끼어들었다.

나하라 아쿠아 : 잠깐만! 내가 설명할게.

레나 디너아 : 음..? 시나하라도 연관이 있는 거야?

시나하라는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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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라 아쿠아 : 다들 내 말 좀 들어줘. 에스티는 잘못이 없어. 내가 어젯밤 동안 에스티 방에 있었거든.

마지나 하나시 : 잠깐만. 진짜 야한 소리였던 거야?

나하라 아쿠아 : 넌 좀 닥쳐! 아무튼, 내가 에스티 방에 있었던 이유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공연? 나는 순간적으로 둘의 재능이 각각 음유시인과 무용수라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지금과 같은, 살인을 요구받은 상황에서 공연은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시나하라가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얘기를 이었다.

나하라 아쿠아 : 이상하게 들릴 것 알아. 난 그저... 절망적인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너희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에스티와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다행히도 우리 둘이 뜻이 맞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하다 보니 밤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

스티 : 우리도 개인실 방음이 잘 된다고 알고 그런 건데 쿵쿵거리는 진동은 느꼈겠네. 히네노야에게 정말 미안해.

네노야 나오미 : 난 괜찮아. 그나저나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네.

히네노야의 옆 방에서 들린 소리가 해결됐다면, 에스티와 시나하라 그리고 히네노야의 무죄는 입증된 건가? 그렇다면 남은 후보는 두 명. 토라시와 이레나. 이 둘 중에 우리가 잡아내야 할 범인이 있다.

라시 치사토루 : 나, 나 아니면 이레나가 범인인 건가? 갑자기 너무 말이 안 되는데...

레나 디너아 : 내가 왜 범인이겠어..?

둘 다 말하는 것으로만 봐선 범인이 아닌 것 같지만... 분명 범인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파고들 증거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왼 어깨에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몸을 틀어 손을 뿌리쳤다. 그 손의 정체는 코이노였다.

이노 미노리 : 잠깐. 잊었어? 밤에 누가 나오는지 감시하던 건 타라와 선장뿐만이 아니야. 나도 있지.

코이노는 하나리에게 개인실 지도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하나리는 흔쾌히 지도를 건넸다. 코이노는 지도에 손가락으로 가상의 선을 그리며 설명했다.

이노 미노리 : 자. 타라와 선장은 개인실 쪽을 하나도 안 봤으니 누가 나왔는지 못 봤겠지만, 내 시야가 생각보다 넓거든. 고개를 조금만 빼면 음유시인 방부터 디자이너 방까지는 볼 수 있지. 그런데 그 범위 안에 누구 방이 들어가 있게?

음유시인, 즉 시나하라의 방부터 디자이너, 즉 하나리의 방까지의 다섯 방. 이중 현재 논의의 중심 인물은...

틴 유레이 : 토라시의 방인가..?

이노 미노리 : 빙고. 과학실험부가 나왔으면 내가 분명히 봤을 거야. 그렇다면 남은 건 한 명이네?

그 한 명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제발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를 바랐겠지만, 이제 더 이상은 도망칠 구멍이 없다.

레나 디너아 : 잠, 잠깐만..? 너, 너네 갑자기 왜 그래?

이시 히치카와 : 이레나. 사실대로 말해. 네가 대체 밤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엑스트라의 메인 트롤러는 오마지나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