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챕터 피해자와 검정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승 갤러리.
자신에게 소중했던 것.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마지막을 지켰던 것 등등... 아름다운 기억을 그림 속에 담아드립니다.
현세의 고통과 슬픔은 모두 잊고, 예술에 녹아봅시다.
당신은... 어떤 마지막을 맞았나요?
끔찍하게 아팠을 수도. 비교적 편안하게, 모두의 배웅 속에 잠들었을 수도.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수도 있겠죠.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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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깔끔한 흰색 벽과 중세풍 타일로 장식한 바닥. 그 위에 서있는 건, 연구원 복장을 한 푸른 머리의 여자의 형체였다.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여자는 발걸음을 옮겨갔다.
''...''
여자가 터덜터덜 출입구를 지나자, 여자의 손에 갤러리 티켓이 하나 생겨났다. '저승 갤러리'. 여자는 내세에 존재하는 주제에 형편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손님. 입장하시기 전에, 티켓을 주셔야 합니다.''
여자는 흐릿한 직원의 형상의 손 위로 티켓을 슬쩍 올렸다.
''타라 이루카나... 본인 되십니까?''
''네.''
''이름에 한자도 하나 없이 전부 가타카나로군요. 누군가 급조한 이름이겠네요. 그렇죠?''
''... 이 갤러리 설명에, 현세의 고통과 슬픔을 잊으라고 하지 않았나요?''
여자, 타라는 생기 없는 얼굴을 했다. 직원은 짧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러면,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림 설명도 겸하고 있거든요. 타라 씨, 따라오세요. 이미 당신이 알만한 분이 한 분 입장하셨으니까요.''
''알만한 분...이라면.''
타라는 생각했다. 이레나를 다시 마주치기 전에... 결국 한 명이 죽어버렸구나. 최대한 빨리 깨어났는데도 막지 못했다. 유레이를 부르려 몸부림쳤지만,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힘만 뺀 격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이레나가 나올 때 문을 열어두고 나와서, 다시 개인실로 들어갈 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타라를 자신의 방으로 넣어두고, 사람을 죽이러 간 것이었다. 하지만 타라는 그때 기절해 있던 탓에 누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타라 씨, 여기. 첫 번째 그림 보시겠습니다.''
''앗, 네.''
타라는 벽면으로 눈을 향했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릴 적, 살인청부업자로 키워질 때 몸담았던 집. 평상시에도 조용히 걸어야 했고, 매일 칼을 지니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람을 죽이던 그때의 과거는 정말 불행하기 짝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만은 정말 행복했다. 아이들은 서로 질투하지 않았다. 타라가 키보가미네 학원에 갈 때도 축하만을 보냈다. 의지할 구석이라곤 동료뿐이었으니까.
''... 얘들아.''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당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입니다.''
''얘네는... 잘 지내나요?''
타라의 물음에도, 직원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직원은 등을 돌리고 다음 그림을 향했다.
''현세에 대해선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다음 그림 보시겠습니다.''
타라는 그 말을 무시했다. 아니, 정확히는 무시해야 했다. 그깟 그림 한 장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으니까.
''니에... 류우?''
물론 놀란 것은 타라뿐만이 아니었다.
''타라..?''
니에류우 텐. 그 역시 죽은 것은 본인밖엔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범인의 얼굴을 본 타라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었지만, 이미 죽음을 맞이한 니에류우의 입장에서는 그런 상상조차 여유가 없었다.
타라는 더욱 빨리 달려들었다. 날아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지도 모른다.
''왜... 너였어야 했던 거야?''
''타라! 이, 일단... 나도 네가 여기 있는 게 당황스러워.''
''여기 있어야 할 건... 나뿐 아니었어?''
''나야말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몸이었어! 근데 너는 아니었잖아. 너는... 살아있을 의무가 있잖아!''
타라가 니에류우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은 힘없이 그를 관통해 타라에게 되돌아왔다. 둘은, 그 순간 조용해졌다. 누군가 음량을 끈 것처럼.
''너는... 살아있을 의무가 없어? 정말로?''
''아... 넌 모르겠지. 일단 미안해. 널 속였어.''
타라의 예상과 다르게, 니에류우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냥 아까의 표정을 유지 중이었을 뿐이었다.
''난 초고교급 식물학자 같은 게 아니야.''
''알고 있었어. 그냥... 그렇게 직접 말하니 예상이 들어맞다 싶어서.''
''...''
''왜, 조금 놀랐어? 그 재빠른 움직임은, 우리 쪽에서도 좋은 능력치인 편이거든. 그저 식물학자가 그렇다기엔... 어색하지.''
타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 딴에는 숨긴다고 숨긴 것이니. 실제로 알아챈 것도 니에류우 밖에 없을 터였다.
''뭐, 어차피 죽어버렸으니 다시 소개하지. 초고교급 살인청부업자, 오메가야.''
''살인청부업자..? 오메가라는 이름은 뭐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살인청부업자를 양성하는 저택에서 키워졌어. 난 이름이 없었으니 오메가라는 기호로 대신 불려 왔고... 타라 이루카나도 가명이야.''
타라는 니에류우가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았다. 뿌리치는 것보다는,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감을 내비치는 것처럼 보였다. 괜히 속상한 표정이라도 지었다간 상대에게 민폐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면... 왜 속였던 거야?''
''뭐... 보스가 숨기라고도 했고... 받게 될 시선이 두려웠으니까. 그 실체가 살인 게임이라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더욱더 숨겼겠지.''
''그래도 그런 것 치고는, 우릴 못 믿는 것 같진 않던데.''
''역시 초고교급 수사반인가? 실력 좋네.''
니에류우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살아있을 때나 지금이나, 니에류우의 얼굴에선 영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실력이 좋다면, 키보가미네 학원으로 내쫓기진 않았겠지.''
''내쫓기다니? 키보가미네 학원은 명문이잖아. 입학식 갈 때 알파랑 시그마가 얼마나 축하해 줬는데.''
''명문도 일자리 없는 고등학생들한테나 명문이지... 내 입장에선 일이나 착실히 해서 승진하는 게 나았어. 수사도 잘하는 편이었고.''
니에류우는 주먹의 형체를 단단히 굳혔다.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부속이라고는 해도 능력 좋은 사람들이 모인 수사반에 들어온 신입이, 고작 고등학생이라는 거에..!''
''워우. 좀, 보기 힘든 모습이네. 네가 화내는 거.''
''미안. 갑자기 오버했지? 방금 수사반 팀원들 그림을 보고 와서.''
타라는 그제야 다시금 깨달았다. 여기는 '저승 갤러리'라는 것을. 타라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깔끔한 흰색 벽과 중세풍 타일로 장식한 바닥. 아까와 다를 건 없었다.
''오랜만의 재회... 뭐, 나쁘진 않겠죠. 그나저나 여러분, 관람을 즐기시는 도중 죄송하지만 공지드릴 게 있습니다.''
''공지요? 뭔데요?''
타라와 니에류우는 동시에 안내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승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네? 그게, 무슨...''
''말로만 해서는 어렵겠죠? 저희 명색이 저승 최고의 갤러리인 만큼, 실시간으로 그림으로 만나보시겠습니다.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타라와 니에류우는 무슨 그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커다란 천으로 가려진 그림에 눈길을 주었다. 그림을 필사적으로 가리던 천은 이내 안내자의 손짓 한 번에 서서히 흐려졌다. 이곳이 저승이라는 걸 다시 상기시키듯, 흔적도 없이.
그리고, 천이 비켜난 곳에는.
''...''
''...''
''네, 이 그림은 특이하게도 아직 저승에는 오시지 않은 분을 그렸는데... 아마 곧 오실 예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부분을 보시면 이 피를 표현하는 게 참 실사적이죠? 스플래시 기법, 즉 물감을 뿌리거나 튀겨서 표현한 것 같지만, 사실 하나하나 그렸다는 점이 참 놀랍네요. 붓 터치 하나도 그림의 요소로 보고, '처형'의 신나고도 아린 진실된 의미를 잘 표현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감상평 남겨주시겠어요?''
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그들이 삶을 마감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어찌 보면 삶의 원수인,
이레나 디너아가 머리 부근에서 흐른 피를 허무하게 눈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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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원래는 개그물이었는데 제가 개그물을 못 써서... 진지물로 복귀했습니다. 분량은 본편의 절반 정도로 보고 있고, 캐릭터의 과거나 본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트릭(이 편에서는 이레나가 소리를 내지 않고 개인실로 복귀한 방법) 위주로 소개됩니다.
죽은 애들 데리고 쓰다 보니 진짜 어렵네요... 본편도 빨리 들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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