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간론파 Extra 13

1-11

쾅,그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나의 유일한 행복의 죽음을 그제야 깨달을 뿐, 급속도로 닥쳐오는 무력감에 항복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제발 꿈이기를, 일어난 일들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이 다 맞았다. 과거를 스스로 바꿀 거라던 바보 같은 내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입꼬리를 따라 살짝 들뜬 광대 위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날 향한 온갖 삿대질이 날아왔다. 따가웠다. 슬펐다. 그렇지만 허무했다. 분노했다. 억울했다. 억울하면 뭐 할 건데, 다 네 탓이잖아, 나야.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씩 뇌에 들어왔다. 모두 날 경멸하고 있구나. 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까. 내 약간 뿌연 눈물의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믿을 작정이었으니까.-..

1-10

하타미츠 코지 : 큼, 조금 표현이 과격하시긴 하지만... 유레이 씨는 확실히 범인이 아니네요. 캡틴 유레이 : 그, 그렇지..? 아무튼, 타라를 제압한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유레이의 말에 우리 일동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레이가 보지 못할 정도로 행동이 크지 않고, 유레이가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제압하는 방법이라..? 나미유 카츠키 : 흐음... '조용히' 제압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네요. 무력을 썼다면 분명 타라 님이 이기거나 유레이 님이 들었을 텐데요... 후카바야시 츠이키 : 아. 아. 잠깐만. 아아아! 알겠다! 나는 후카바야시의 입술이 언제 떨어지는지 주목했다. 후카바야시 츠이키 : 타라를 제압한 게 아니라 설득한 거지! 어때, 상상도 못 한 방법이지 않냐? 코이노가 혀를 쯧 ..

1-9

결국, 학급재판이 시작되었다.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다.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상황. 우린 분명 서로 신뢰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와버린 걸까? 사람이 죽었고, 신뢰는 산산조각 나 바닥에 떨어졌으며 이제 우린 서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믿기 위해서 의심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느꼈다. 반쯤만 말이 되는 소리인 것을. 그 말 자체는 맞다고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의심하는 행동이 무조건 믿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라는 관점이었다. 정사각형은 직사각형이지만, 직사각형은 정사각형이 아닌 것처럼, 이 문장 또한 훌륭한 단어 간의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 그 말처럼 믿기 위해서 의심하자. 진실을 밝혀내자.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를 두 명씩이나 ..

1-8

꿈이라는 것을 꿔본 적이 있는가? 잠을 잘 때 꾸는 꿈이 아닌, 책임감 혹은 사명감. 니에류우 텐은 이틀 전 처음으로 꿈을 꾸었다. 수사반 시절엔 그저 형님들의 지휘에 따라서 움직인 것이었다. '초고교급'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을 때도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니에류우 그 자신은 아니었고, 다른 큰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키보가미네 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자신을 의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니에류우에게는 큰 일이었다. 이제 자신이 행동해야 했다. 니에류우 텐은 그렇게 이틀 전 꿈을 꾸었다. 그리고 세 시간 전 꿈을 잃었다. 정확히는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었다. -- 센이시 히치카와 : 아.... 으윽....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믿기 싫었다고 하는 것이 ..

1-7

타라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머리를 굴렸다. 잠이 깨지 않으니 생각이 많아졌다. 코이노의 말대로 오늘 밤 살인이 난다면, 입학식을 한 날 포함 3일째에 살인이 나는 것인데, 다른 살인도 3일 간격을 두고 벌어진다고 치고.. 피해자와 검정 2명씩 죽는다고 치면. 3명 남으면 끝난다고 했지? 그러면 13명이 죽어야 되니까... 가만 보자. 3일. 3일. 3일. 3일. 3일. 3일. 나머지 한 명은 길 가다가 자빠져 죽었다 치고. 최소 18일은 이 거지 같은 곳에 있어야 하는군. 타라는 절대로 친구들이 죽게 두지 않겠다는 결심 따위 하지 않았다. 만난 지 3일 채 안 된 사람들한테 뭘 바라는가? 타라는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게 목표였기에, 친구들의 죽음을 거리낌 없이 전제로 두었다. 하지만 절대 죽으면..

1-6

쏴아아. 머리 위로 물이 쏟아진다. 쏴아아아- 머릿속을 정리하겠다고 씻으러 들어왔지만 사실 머릿속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다. 애초에 샤워 따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쏴앗--뚝. 무심하게 수도꼭지를 내리자 물줄기가 끊겼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툭툭 털었다. 맺혀있던 물방울이 발등 위로 떨어졌다. 센이시 히치카와 : 드라이기가... 없네. 어쩔 수 없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머리카락 위에 수건을 얹어 물이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은 다음 바지를 입었다. 수건을 내려놓은 뒤 니트를 입자, 그제야 평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코이노와 방금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코이노 미노리 : 둘째, 일단 너는 살 것 같다. 그땐 대충 알아들은 척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코이노가 무슨 의도로 말을 ..

1-5

후카바야시 츠이키 : 뭘 하긴, 창고 보러 가야지. 센이시 히치카와 : 갑자기 웬 창고? 후카바야시는 당연하다는 듯 혀를 찼다. 후카바야시 츠이키 : 모노키츠네 자식이 창고에 흉기를 안 놔뒀을 것 같냐? 개인실 흉기는 호신용으로 냅둔다 쳐. 창고에 있는 것도 호신용으로 쓸 거냐? 오마지나 하나시 : 저건 맞는 말이네. 나는 별다른 의견은 없었으나 후카바야시의 말에 동의했다. 두 편으로 갈라져있던 아이들도 그 말엔 동의하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 14명(신마에, 코이노가 없다)은 다 같이 창고를 뒤지러 갔다. 창고는 14명이 뒤지기엔 넓진 않았다. 시나하라 아쿠아 : 여긴 음식 쪽인가? 온갖 시럽이랑 설탕 팩도 잔뜩 있네. 토라시 치사토루 : 이 자석은 왜 있는 거- 잠깐 이레나! 자석이 박스도 없이 밖으로..

1-4

CH.01 (비)일상편 -무한대의 도미노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 "인간은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어떤 잔혹성을 보이는가?" 나는 7시 30분을 가리킨 시계를 보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밥. 아까 먹었고. 동기... 에 대해선 얘기 끝났고. 밤 시간까진 2시간 30분이 남아 자기도 애매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음... 식물... 정원? 갑자기 입가에 맴돈 그 단어는 나의 해답이 되었다. 나는 식물정원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식물정원에 도착하자, 목티를 입은 익숙한 뒷모습이 바닥에 앉아있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안녕, 하타미츠. 하타미츠 코지 : 안녕하십니까. 센이시 씨. 센이시 히치카와 : 여기서 쉬고 있는 거야? 하타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다시 앞을 ..

1-3

CH.01 (비)일상편 -무한대의 도미노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인간은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어떤 잔혹성을 보이는가?" 모노키츠네 : 아- 아- 학생 전원은 지금 즉시 체육관으로 모여주세요오오. 갑자기 방송이 울려 퍼지며 TV에 모노키츠네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도 잠시, 체육관으로 향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일어나 체육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노키츠네 : 왔니이이? 다들 입학식 때랑 똑같이 앉아봐아아. 나는 체육관 앞에 커다란 검은 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조금 불안했지만 모노키츠네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입학식 때와 같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코이노가 늦게 들어왔다. 코이노 미노리 : 못 볼 거 본 듯한 표정 짓지 말고 집중해. 저기 쌓인 비디오 테이프만 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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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01 (비)일상편 -무한대의 도미노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 "인간은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어떤 잔혹성을 보이는가?" 니에류우는 리더로서 모두를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섰다.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 딱히 원하진 않았겠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수사반에서도 선배들의 지시만 열심히 따랐더니 초고교급이 되었다. 니에류우는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모두가 흩어진 뒤에도 식당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식당을 조사하러 자기들끼리 모인 에스티, 나미유, 토라시에게 포착되었다. 에스티 : 어이 니에류우! 이쁘게 턱 괴고 뭐 생각해? 그러고 있지 말고 같이 식당이나 조사하자. 니에류우 텐 : 어... 어어. 그냥 이 식당 되게 넓다고 생각해서. 16명에다 기껏해야 모노키츠네까지인데, 테이블도 꽤 많고. 니에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