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01 (비)일상편
-무한대의 도미노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
"인간은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어떤 잔혹성을 보이는가?"
나는 7시 30분을 가리킨 시계를 보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밥. 아까 먹었고. 동기... 에 대해선 얘기 끝났고. 밤 시간까진 2시간 30분이 남아 자기도 애매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음... 식물... 정원?
갑자기 입가에 맴돈 그 단어는 나의 해답이 되었다. 나는 식물정원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식물정원에 도착하자, 목티를 입은 익숙한 뒷모습이 바닥에 앉아있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안녕, 하타미츠.
하타미츠 코지 : 안녕하십니까. 센이시 씨.
센이시 히치카와 : 여기서 쉬고 있는 거야?
하타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하타미츠 코지 : ...이게 맞는 걸까요?
센이시 히치카와 : 무슨 소리야?
하타미츠 코지 : 그게.. 저도 고민거리가 있어서 말이죠. 일단 제 연구교실에 가보시겠어요?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러자.
우리는 함께 하타미츠의 연구교실로 향했다.
연구교실에 들어서니 향긋한 냄새와 함께 깔끔한 인테리어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하타미츠 코지 : 홍차라도 대접하겠습니다. 편히 앉아계세요.
센이시 히치카와 : 아니, 괜찮아. 아까 차 마시고 와서.
하타미츠는 홍차를 따르다 말고 눈이 살짝 커진 채 돌아왔다. 컵 두 개가 모두 하타미츠의 자리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눈치를 살짝 보고 컵 하나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마셨다.
하타미츠는 내 얼굴을 5초 정도 바라보더니, 말을 꺼냈다.
하타미츠 코지 : 그 '고민거리'라는 것은요, 저의 직업에 대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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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츠 코지 : 제 직업이 심리상담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고생 한 명이 다른 사람들이 심리를 가지고 분석하고, 얘기하고 하는 과정이 사실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심리상담사를 상담하는 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더 들려줄 수 있어?
하타미츠 코지 : 방금 센이시 씨가 하신 태도가 부족합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는데, 되는대로 뱉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난 후 조금 회의감이 듭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아하...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대충 맞장구를 쳤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하타미츠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진지한 상담은 오글거려서 못하는 사람인지라.
센이시 히치카와 : 본인의 특징을 일단 말해봐. 약점이든 장점이든 뭐든 좋으니까.
하타미츠 코지 : 갑자기요? 그래도.. 음... 심리상담사고, 초고교급으로 유명하고, 별 건 아니지만 홍차를 좋아하고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으며, 싫어하는 건, 피망이 있겠네요.
하타미츠는 말을 끝내고는 홍차를 홀짝 마셨다.
하타미츠 코지 : 상담을 잘 하진 못하지만, 계속하고 싶습니다. 내담자 분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저도 좀 진정이 되거든요.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러면 아예 상담 시간을 정해서 상담을 하는 건 어때? 상담하고 싶다고 연락 자주 오지 않아?
하타미츠 코지 : 네. 그렇지만, 저 혼자 상담을 하면 살해당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동기가 발표되고, 서로 경계하는 이 상황에선 살해당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경비를 맡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솔직히 무서운데...
센이시 히치카와 : 일단 이 일에 대해서는 내일 아침 모두 모였을 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타미츠 코지 : 예. 시간도 늦었고,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센이시 씨.
나와 하타미츠는 연구교실에서 기숙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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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츠 코지 :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뵙시다. 센이시 씨.
하타미츠는 자신의 방 안으로 쏙 사라졌다. 나도 내 방으로 걸어가다가, 한 사람을 마주쳤다.
타라 이루카나 : 오, 센이시. 자러 가는 거야? 아직 2시간 남았는데. 바른생활 어린이도 아니고.
센이시 히치카와 : 뭐라는 거야? 나도 지금 어쩔까 싶은데.
타라 본인도 정작 어쩔지 모르는 듯 눈동자를 왼쪽으로 굴렸다가, 오른쪽으로 보내는 것을 반복했다.
타라 이루카나 : 아! 나 너 개인실 놀러갈래. 기억상실의 개인실은 어떨까나~?
센이시 히치카와 : 사람 기억상실이라고 부르지 마!! 그리고 너 어차피 들어가지ㄷ- 아?
타라가 내 옆을 쌩 지나갔다. 나는 모노패드가 있던 외투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모노패드가 사라져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직후 들리는 띠리리링- 하는 소리로 보건대 타라가 내 모노패드를 훔쳐 방문을 연 것이었다. 타라는 처음 이레나를 만났을 때나 오늘 아침에도 느꼈듯, 위험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타라 이루카나 : 뭐야, 시시해.
센이시 히치카와 : ..하아. 재능 뭔지도 몰라서 모노패드 키면 초고교급 ???로 뜨는 나보단 명백히 재능이 있는 그쪽 개인실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초고교급 식물학자 씨.
일부러 "초고교급 식물학자" 를 꾹꾹 누르듯 말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평소의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던 타라는..
타라 이루카나 : 싫은데.
딱 잘라 말했다. 하긴, 사생활을 마음대로 보는 게 썩 좋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도 사생활 침해를 어느정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나도 싫으니까 패드 주고 자러나 가.. 기 빨려.
타라 이루카나 : 칫.. 내일 봐아.
타라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본인의 개인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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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니 모노패드가 울렸다. 나는 모노패드를 켜 그것을 확인했다.
모노키츠네 / 센이시 군의 패드에 동기 영상을 보내놨으니 혹시 심심하다면 보면서 절망감에 빠져봐!! 센이시 군을 위해서 특별히 보내준 거니까 감사하거라!!
특별히 보내줬다 해도 복붙인 것 같지만.. 영상 파일이 보내져 있고 제목은 ???_motive.movie 다. 잠깐 틀어보니 TV와 엄마 아빠, 화목한 가정집.. 확실히 나의 동기 비디오가 맞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단서라도 있으려나?
나는 그 생각에 다신 보고 싶지 않았던 그 비디오를 재생했다.
전과 다를 바 없는 영상이다. 혹시 이게 조작이라면, 프로그램 같은 걸 사용해 현실적인 아바타를 만들어냈다던가의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마침 엄마도 가슴골이 아슬아슬하게 노출되는 옷을 입고 있겠다, 우리 가족만이 아는 비밀이 드러나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엄마가 기어올 때 부분을 진짜 정말 유심히 살폈다. 우리 엄마는 오른쪽 가슴에 점이 있는데, 조금 아래에 있어 평범한 오프숄더를 입는다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흑막 측이 정교하게 아바타를 만들었다 해도 점 따위 있을 리 없었다!
화면이 온통 빨개서 눈이 아팠지만 조금 더 화면에 눈을 가까이 들이댔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알 수 있었던 건..
센이시 히치카와 : 점이... 있어?
1픽셀 수준으로 작게 드러나 있었지만 분명했다. 점이 있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 첫 번째는 흑막에게 우리 엄마가 나체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이 영상이 조작된 것 하나 없이 진실이다. 전자는 그럴 리 없었다. 흑막이 의사 같은 직업일 리도 없을 테고. 후자가.. 믿기 힘들지만 가능성이 더 높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후.. 모르겠다. 코이노 말이 맞는 건가?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조사. 동기. 엄마 아빠가 위험해..? 하나리와 하타미츠. 기억... 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타라. 흑막. 코이노. 영상의 진위 여부......
나는 잠에 빠지기 직전 그 말을 되뇌이며, 베개 밑에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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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키츠네 : 그거 아세요오오? 인간은 원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습니다아아. 따라서 '현실부정'이라는 추악한 것이 생겨나는 것이지요오오. 앞으론 그럴 필요 없습니다아아. 현실을 보고, 현실을 듣고, 현실을 믿으세요오오. 학원장 모노키츠네는 현실이라는 절망을 학생 여러분들이 받아들이길 바랍니다아아! 아무튼, 아침이 밝았습니다아아! 모두들 즐거운 살인학급생활 되세요오오.
오늘도 이 목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오늘은 내용이 좀 다르네. 이것도 이틀 째인가... 슬슬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역시 적응이 안 된다.
언제나처럼 세수를 하고 겉옷을 걸쳤다. 주머니에 모노패드를 찔러넣고 주머니 지퍼를 잠갔다.(또 누군가 훔쳐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나 빼고는 거의 모인 것 같았다.
니에류우 텐 : 센이시 왔구나. 여기 접시.
니에류우는 당연하다는 듯 식당 문 바로 앞 자리에 놓인 접시를 나에게 내밀었다.
오늘 아침 메뉴는 토스트인가.. 빵 위에 올라갈 수많은 재료가 있었으나 딱히 당기지 않아 식빵만 가져가 입에 물었다.
니에류우 텐 : 다 모였나? 하나 둘 셋... 코이노 제외 열다섯....인데....? 한 명 어디 갔어?
하나리 에린 : 히요리가 없어. 아직 자나? 깨워올까?
오마지나 하나시 : 소용없어. 어제 저녁 먹고 불러봤는데, 반응이 없더라. 동기 발표 후부터 방에 박혀서 나오질 않는 것 같던데.
신마에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라. 겁이 많은 성격이었고, 그런 영상을 봤으니.. 무리도 아니겠지.
에스티 : 일단 신마에는 진정할 때까지 그렇게 두고... 이제 어쩔까?
니에류우 텐 : 혹시 어제 보지 못한 게 있을 수 있으니 조사를 조금 더 해보자. 그럼 조사하고, 지금이 7시 20분이니까, 8시까지 모이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대충 위아래로 휘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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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을 마땅히 정하지 못해 그냥 친구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히네노야와 시나하라 및 몇몇 친구들을 따라 1-A 교실에 입성했다.
니에류우 텐 : 여긴 센이시랑 오마지나, 시나하라가 조사했었지?
시나하라 아쿠아 : 응, 근데 아무것도 없었어.
히네노야 나오미 : 혹시 모르니까....
히네노야는 책상 서랍 안에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휘적댔다. 그렇게 5번째, 제일 구석의 책상에 손을 넣었을 때...
히네노야 나오미 : 어?
히네노야가 꺼낸 것은... 확실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안내 책자''...?
우리가 어제 처음 조사할 때 발견했던 안내 책자였다. 디자인은 똑같았지만, 색깔이 달랐고 무엇보다 글자가 달랐다. 히네노야가 찾은 것엔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1기생'이라고 적혀있었다.
뒤늦게 책상을 뒤지던 에스티와 니에류우도 잇따라 안내책자를 발견했다.
에스티 : 내 건 2기생이라고 적혀있고, 얘 건 3기생.
니에류우 텐 : 딱히 너네랑 오마지나를 질타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너네 이거 진짜 못 찾은 거야?
시나하라 아쿠아 : 아니, 진짜 책상 두 번씩 뒤졌는데도 종이는커녕 먼지도 안 나왔어.
센이시 히치카와 : 시나하라 말에 공감. 어쨌든, 찾긴 했으니 읽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내 말에 히네노야는 손에 들고 있던 안내책자를 착 하고 펼쳤다. 그리고 읽었다.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1기생
초고교급 행운 / 키타조에 타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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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음... 뭔가의 위화감이 든다. 99기생 안내책자와는 또 다른 무언가. 분명 있을 텐데....
일단 다른 안내책자도 읽어보자.
에스티 : 다음은 난가?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2기생
초고교급 바리스타 / 아마오리 유우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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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음.... 확실히 다르다. 고민하던 나는 번뜩 무언가를 떠올렸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근데... 우리 99기생 안내책자에는 재능이 안 써있지 않았나?
정적이 흘렀다. 3초 간의 숨 막히는 눈빛 교환 끝에 가까스로 시나하라가 말했다.
시나하라 아쿠아 : 맞아. 센이시 너 천재야?
니에류우 텐 : 재능이 써있고 안 써있고가 무슨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애들이랑 얘기해볼까?
센이시 히치카와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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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교실에도 들러보고, 계단에 내려와있는 창살도 한 번 흔들어보고, 학급재판장 입구도 살펴봤지만 진전은 없었다. 결국 우린 또 다른 발견은 하지 못하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니에류우 텐 : 다들 모였지? 그러면, 우리 쪽부터 할게.
니에류우는 목을 가다듬었다.
니에류우 텐 : 저번에 센이시, 시나하라, 오마지나가 조사했던 교실 책상 서랍에서 안내책자 3개를 찾았어. 저번에 99기생, 그러니까 우리 기수의 정보가 기록된 안내책자를 찾았었잖아? 똑같은 건데 기수만 달라.
센이시 히치카와 : 어. 근데... 여기 보면 1기 이름이 있잖아.
나는 이름들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우리 기수 명단엔 재능이 없었어. 그런데 여기는 재능이 있어. 무슨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코이노 미노리 : 흑막이 이용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주방 쪽에서 코이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이노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안내책자를 낚아챘다.
센이시 히치카와 : 뭔 소리야?!
코이노 미노리 : 너랑 음유시인, 언어학자가 다 뒤졌다며? 근데 이제 와서 발견했다는 건 흑막이 너네가 다녀간 후로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 말인즉슨 그건 흑막이 준 단서일 수 있어. 만약 그렇다면 상상력 좀 발휘해 볼게. 재능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는 분들 중에 재능 관련 감추는 게 있는 분이 계셔서 흑막이 일부러 재능을 없앤 거라면? 뭐 오는 거 없냐?
나미유 카츠키 : 지금 재능 관련 의심점이 있으신 분은 센이시 님 밖에 없는데요...
잠시 머리가 띵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지금 설마 의심 받고 있는 거야?
코이노 미노리 : 결론은, 저 놈이 존나게 의심스럽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아니 기억이 안 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모노키츠네 : 코이노 양 추리가 제법인데에에?
그때 나의 뒤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라 이루카나 : 그래서, 센이시가 존나게 수상하다는 게 맞는 추리라고?
모노키츠네 : 그렇게 누굴 콕 집어서 얘기하는 건 아니야아아. 훌륭한 추리는 우리가 새로 집어넣은 단서라는 거지이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아아.
캡틴 유레이 : 그래서 이게 뭐하자는 건가.
모노키츠네는 꺼림칙한 웃음을 띠었다. 그러면서 계속 말을 덧붙였다.
모노키츠네 : 재능 관련 의심점...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에.
영락없이 의심받게 생겼다. 모노키츠네는 '누굴 콕 집어서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나를 향할 것이 뻔하다.
모노키츠네 : 나중에 싸우고오.. 이거 알려주려고 왔어어어. 일명 '추가 동기'!
니에류우 텐 : 추가 동기? 동기 나온지 얼마 안 됐잖아?
모노키츠네 : 마음이 좀 급해져서 말이지이이.. 마침 갈등도 일어나고 있겠다 헐레벌떡 왔지이이.
1차 동기(어제)가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 동기가 나왔다는 것보다도 설마 또 그런 비디오 같은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모노키츠네 : 그냥 단순한 건데, 이번 사건에 한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즉 검정은 학급재판의 승패에 관계없이 '랜덤한 사람의 비밀'을 알려줄게에에. 벌써 찔리는 사람들 있지이이? 그러면 살인을 해애애. 난 간다아아! 궁금한 거 있으면 문자 보내애애!
'랜덤한 사람의 비밀'의 진짜 목적은 비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밀을 숨기는 것일 것이다. 난 비밀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으니 딱히 상관 없는 동기지만...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모노키츠네가 떠난 뒤, 하타미츠가 일어났다.
하타미츠 코지 : 다들 허튼 생각하지 마시고 주목해 주세요. 저의 연구교실에서 상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제 대화했던 그 내용인가.
이레나 디너아 :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하타미츠 코지 : 그 얘깁니다. 그래서 경비 분을 구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없다면 상담은 하지 않을 겁니다.
히네노야 나오미 : 내가 할게.
히네노야가 번쩍 손을 들어올렸다.
하타미츠 코지 : 괜찮으시겠습니까?
히네노야 나오미 : 응. 뭐든지!
에스티 : 히네노야는 믿을만할 듯. 오늘 안내책자 찾은 것도 그렇고.
히네노야는 왜인진 모르겠으나 허리를 숙이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타미츠는 표정을 확 밝혔다.
하타미츠 코지 : 상담 전에 저에게 문자를 보내주시면 히네노야 씨가 기록해주실 겁니다. 많이 방문해주세요.
이야기가 끝나고, 이레나가 목소리를 내었다.
이레나 디너아 : 근데 개인실 공구 세트 좀 위험하지 않아? 처리해야 할걸.
하나리 에린 : 엥? 굳이?
이레나 디너아 : 맞잖아. 흉기가 없으면 살인이 일어날 일도 없지. 누가 목을 조르거나 해도 흉기보단 덜 위협적일 거야. 아마도?
코이노 미노리 : 그거 바보같은 발상이구만..
코이노는 코웃음을 치더니 식당을 나갔다. 니에류우는 생각을 좀 하더니 말했다.
니에류우 텐 :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흉기를 처리해야 할 것 같아.
타라 이루카나 : 난 반대. 니에류우 같은 애가 주먹쥐고 덤벼드는데 흉기도 없어. 어떻게 막을 거야? 호신용으로 갖고 있는 게 나아.
후카바야시 츠이키 : 염병할. 어렵네...
시나하라 아쿠아 : 그래도 흉기는 위험해. 난 이레나 말이 맞다고 봐.
그렇게 결론 없는 토론이 이어지자, 오마지나가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오마지나 하나시 : 근데 이건 살인이 벌어진다는 전제를 깔아야 돼. 그렇게까지 서로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잖아.
오마지나의 평소 모습과 다른 싸한 표정에 모두가 당황했다.
니에류우 텐 : 어.. 일단 이 일은 나중으로 미루자. 지금부턴 뭘 할까...
분량이 애매해져서 여기서 끊었습니다. 여담으로 이번 화가 유독 늦은 이유는 한 번 날려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푸슝 에스크를 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푸슝 관련 공지에서 봐주세요.
+다음 화인 1-5화부턴 일정한 연재 주기를 정해 업로드할 것 같습니다. 3주마다, 월요일 9시 30분(이 글 업로드 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