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01 (비)일상편
-무한대의 도미노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
"인간은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어떤 잔혹성을 보이는가?"
감금. 키보가미네 학원. 모노키츠네.
살인. 살인. 살인. 살인. 살인. 살인. 살인. 죽여. 죽어.
... 악몽인가. 처음 꾼 꿈이 악몽이라니, 불길하지만 아닌 것이 더 이상하긴 하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겉옷을 걸치자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노키츠네 : 모두들, 안녕하세요오오. 아침이 밝았습니다아아! 모두들 즐거운 살인학급생활 되세요오오.
이제 뭘 해야 되나, 싶다가 어제 니에류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단 밤 시간이 끝나면 식당에 모이기로 했었지. 나는 모노패드를 챙기고 문을 닫았다.
식당에 들어가니 어제 말을 꺼낸 니에류우를 포함해 6명이 있었다. 앉은 순서대로 니에류우, 타라, 나미유, 하타미츠, 유레이, 코이노...? 잠깐만, 코이노는 단독행동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코이노 미노리 : 뭘 그리 빤히 보냐. 살 닳겠다.
센이시 히치카와 : 아니 그게 아니고... 단독행동 한다고...
코이노 미노리 : 아침은 먹어야 할 거 아냐.
다시 접시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코이노. 나의 목소리에 타라와 니에류우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타라 이루카나, 니에류우 텐 : 안녕.
타라와 니에류우는 피곤한지 대충 말하고 앉으라는 듯 눈길을 보냈다. 나는 주방에 들어가 내가 먹을 음식을 집은 뒤, 봐둔 자리에 앉았다.
타라 이루카나 : 빨리 먹고 다른 애들 깨우러 갈래. 밥맛도 딱히 없고.
몇 초 후, 타라는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도 마침 거의 다 먹어가서, 남은 것을 서둘러 먹은 뒤 타라를 따라갔다.
이레나 디너아 : 안녕요! 이 식당 밥은 맛있나 보러 출동! 뭐야, 어디 가?
하나리 에린 : 디너아, 다른 애들 기분 안 좋아 보이니까 조용히 하라고. 그냥 먹자.
이레나 디너아 : 아무리 그래도 내 재능이 재능인데...
투덜거리는 이레나의 뒤로 우린 식당을 나갔다. 기숙사 쪽에 도착하니 몇 명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었다. 후카바야시와 그 옆 방의 에스티, 시나하라와 오마지나였다.
시나하라 아쿠아 : 조금 늦었지..? 머리 땋는 게 조금 걸려서...
타라 이루카나 : 나머지는 아직 자는 거야?
에스티 : 글쎄..? 그렇지 않을까?
타라는 밥 맛있게 먹으라며 손을 흔들었다. 타라는 기숙사 복도의 끝 쪽을, 나는 식당과 가까운 쪽을 맡아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똑 똑.
센이시 히치카와 : 저, 신마에. 실례할게.
자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마에는 문을 열어주었다. 신마에는 나를 보고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신마에 히요리 : 아, 막 나갈 참이었어... 설마 깨우러 와준 거야..? 안 그래도 됐는데... 다른 애들 깨우러 가줄래..? 넌 참 친절하네... 고마워.
센이시 히치카와 : 그렇게 말 안 해도 돼. 타라 따라서 온 거라. 밥 맛있게 먹어.
아기를 대하듯, 신마에의 등을 토닥여준 나는 자랑스럽게 옆 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타라 이루카나 : 느려터져서는. 깨우기만 하면 되잖아.
복도 맨 끝부터 오던 타라가 어느새 코앞까지 와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한 입을 틀어막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뭐..! 왜 이렇게 빨라?
타라 이루카나 : 문 열고 일어나라고만 하면 돼.
타라는 보여준다는 듯 히네노야의 방 문을 열었다.
타라 이루카나 : 웨이크 업!!!!!!
...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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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식당에 돌아오자, 모두가 가운데 식탁에 앉아있었다. 코이노는 식당에 돌아올 때 떠나는 뒷모습이 보였다. 어제 타라가 놔두라고 한 게 떠올라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나미유 카츠키 : 일단 모이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죠?
토라시 치사토루 : 뭐 하긴, 조사해야 되지 않겠나.
오마지나 하나시 : 그 전에 탈출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낫다고 본다. 탈출이 불가능하면 조사도 소용없어.
하나리 에린 : 뭔 소리야! 불길하게!
오마지나는 어깨를 위로 올렸다. 동시에 눈썹도 들어올렸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것이다, 분명.
하타미츠 코지 : 불안한 말인 것 압니다만, 오마지나 씨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흑막 측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대비해 놨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면 무작정 탈출하려다가...
하타미츠가 말을 멈추고 오른쪽 위를 슬쩍 보았다. 감시카메라가 있는 위치였다. 지금 보니 카메라 밑에 기관총이 달려있었다. 다른 몇몇 아이들은 이미 알아챈 것 같았다.
캡틴 유레이 : 기관총인가... 이렇게까지 준비해두다니. 하타미츠의 말대로군.
후카바야시 츠이키 : 이런 씨발... 어쩌자고 저딴 걸...!
타라 이루카나 : 그럼 일단... 저게 있는 이상 탈출 가능성이 조금 줄었....
타라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 녀석이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모노키츠네 : 뭐야아아아? 뭔 얘기이이? 아아아아아... 저 카메라 때문이야아아?
신마에 히요리 : 우왁! 뭐야..!!! 지금 식탁 뚫은 거..?
모노키츠네는 식탁을 뚫고 올라왔다. 아니, 정확히는 '솟아올랐다'라고 하는 게 맞을까. 모노키츠네가 올라온 지점을 들여다보았지만, 뚫리기는 커녕 흠집도 없었다.
덕분에 신마에를 비롯한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잠시동안이었지만 혼란이었다.
모노키츠네 : 탈출할 가능성은 꽤 높습니다아아. 잘만 한다면 말이죠오오!
센이시 히치카와 : 탈출할 가능성이 꽤 높다니, 무슨 소리야?
모노키츠네 : 검정이 학급재판에서 승리한다, 흑막과 진상을 밝혀낸다, 더 이상 살인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생존한다. 나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잖아요오오?
모노키츠네는 능청스럽게 그렇게 대답했고, 어이는 없었지만 반론할 건덕지가 없었기에 난 입을 다물었다.
시나하라 아쿠아 :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음... 모노키츠네, 흑막과 싸우려면 조사를 해야겠네!
에스티 : 시나하라 말이 맞다고 생각해. 모노키츠네, 저 기관총은 어떨 때 발포되는 거지?
모노키츠네 : 교칙을 어겼을 때만 총알이 나가아아아. 앗! 교칙 하니까 생각났는데에에... 나 이거 전해주려고 왔었지이이이.
모노키츠네는 모노패드를 켜 교칙 탭을 띄워놓고 흔들었다. 하지만, 처음 확인했을 때와는 좀 달랐다. 분명 13번까지 있던 교칙이 늘어나있었다.
모노키츠네 : 아니 글쎄에에, 내가 까먹은 게 있더라구우우. 교칙 추가 테스트한 걸로 생각하도로오옥. 14번이랑 15번,16번이 추가된 교칙인데, 잘 읽어보고 살인에 유용하게 이용해애애.
모노키츠네는 기분 나쁜 소리만 하고 다시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모노패드를 꺼내 교칙 탭을 살폈다.
14. 공범이 있는 경우, 공범은 하양으로 취급하며 실행범만을 검정으로 취급합니다. 즉, 공범에게 이득이 없습니다.
14-1. 실행범이 여러 명일 경우, 피해자의 사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검정으로 인정됩니다.
14-2. 한 예시로, 어떤 사람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다른 사람이 칼을 뽑아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칼을 뽑기 전까지 피해자는 살아있었으므로 칼을 뽑은 사람이 검정입니다.
15. 검정이 다른 여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 먼저 사망한 피해자를 죽인 검정만 검정으로 취급합니다.
16. 살인에 쓰일 도구의 위치에 관해 모노키츠네에게 묻는 것을 제한합니다. 조사는 알아서 합시다!
17. 교칙은 학원장 모노키츠네의 재량에 따라 추가되거나 없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 교칙은 똑같았다. 14번과 15번, 16번이 추가된 것 빼곤 달라진 건 없었다. 14-2의 예시는 조금 끔찍하지만, 룰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은 틀림없었다.(그런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하지만, 만약 학급재판이 벌어진다면 더 검정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후카바야시 츠이키 : 근데 갑자기 추가한 이유가 대체 뭐야? 진짜 까먹은 건가?
니에류우 텐 : 일단 아직까지는 그렇게 봐야겠지. 조금 웃기긴 하지만 모노키츠네 쪽 일에 우리가 끼어들 것도 아니잖아.
니에류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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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에류우 텐 : 그럼 흩어져서 조사를 해보자. 1층까지만 열려있지만, 1층도 꽤 넓어.
이레나 디너아 : 넵! 선장님!
캡틴 유레이 : 선장은 난데... 아무튼 알겠어.
그 후 우리는 각자 팀을 짜기로 했다. 나는 내가 깨어난 교실 쪽을 조사하기로 했고, 나와 하나리, 오마지나, 시나하라가 한 팀이다. 조사하기 전에 우린 지도를 그려보기로 했다.
하나리 에린 : 이런 쪽으로는 날 따라올 사람이 없지. 펜 좀 줄래?
하나리가 복도를 돌아다니며 지도를 그리는 동안, 나와 오마지나, 시나하라는 1-A반 안을 조사했다.
오마지나 하나시 : 진짜 수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네. 조사할만한 건... 철판이랑 카메라... TV 정도이려나.
센이시 히치카와 : 그 3개 모두 다른 데서도 볼 수 있는 거네. 특히 카메라는 식당에서 다같이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고.
과장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몰라 철판도 건드려보고, TV도 툭툭 쳐봤지만 역시나였다.
시나하라 아쿠아 : 체육관 쪽은 다른 애들이 맡아주기로 했으니까 우린 1-B, C로 가면 되나?
우리는 1-B를 조사했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1-C에 갔다.
오마지나 하나시 : 여기도 아무것도 없는 거 아냐? 조사가 의미가 있,
시나하라 아쿠아 : 의미는 있겠ㅈ,
오마지나와 시나하라가 동시에 말을 끊고 한 곳을 쳐다보았다. 서랍장이었다. 자세히 보니 서랍장 뒤에 종이가 보란 듯이 꽂혀있었다. 나는 종이를 빼내 살폈다.
센이시 히치카와 :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안내 책자''...?
시나하라 아쿠아 : 한 건 했네! 어디 보자...
나는 안내 책자를 펼친 뒤 큰 소리로 읽었다.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99기생
(가나다 순)
나미유 카츠키
노아 한스
니에류우 텐
세이이치 유레이
센이시 히치카와
시나하라 아쿠아
신마에 히요리
오마지나 하나시
이레나 디너아
코이노 미노리
타라 이루카나
토라시 치사토루
하나리 에린
하타미츠 코지
후카바야시 츠이키
히네노야 나오미
우리의 이름이었다. 세어보니 정확히 16명으로 수도 맞다.
오마지나 하나시 : 쩐다. 진짜. 심지어 전부 본명. 이름을 숨긴 애는 없다는 거구만.
센이시 히치카와 : 맞아. 그건 이 '세이이치 유레이' 와 '노아 한스' 라는 이름으로 알 수 있겠네. 아마 유레이와 에스티의 본명이겠지?
한 장을 넘겨보니 지도가 있었다. 심지어... 비밀출구도?!
오마지나 하나시 : 야. 이거 레알이냐? 비밀출구가 적혀있는데?
시나하라 아쿠아 : 일단 지금 가보자. 안전이 확보되면 다른 애들을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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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지도대로라면 비밀출구는 정문 옆에 있을 것이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러고 보니 정문을 한 번도 못 와봤ㄴ-
나는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금고처럼 생긴 문이 정문을 가로막은 것을 발견했다. 예상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제대로일 줄은 몰랐다.
오마지나 하나시 : 왼쪽 벽이었지? 마침 환풍구도 있고. 감시카메라도 사각지대야.
시나하라 아쿠아 : 내가 몸집이 그나마 작으니 들어갔다 와볼게.
내가 빠르게 들고 온 의자를 밟고 시나하라는 환풍구 뚜껑을 열었다. 시나하라가 왼발을 밀어넣고 있을 때였다.
모노키츠네 : 스타아아아아압!!!!!
시나하라 아쿠아 : ...????
시나하라는 환풍구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멈칫했다. 모노키츠네는 얼굴을 붉혔다.
모노키츠네 : 너네들! 감시카메라에 환풍구가 안 보이는 거지이이, 의자를 갖다놓고 올라가는 거 까진 보인다구우우. 뭐, 처벌은 안 하겠는데에에... 아무튼 환풍구엔 아무것도 없어어어. 상식적으로 뚫어놨겠니이이이이?
센이시 히치카와 : 그건 그러네. 조금 성급했던걸까.
나는 계속 뭐라뭐라 말하는 모노키츠네를 무시하고 의자를 다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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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재판장. 그것의 이름이다. 정확한 역할은 모르겠지만, 살인이 일어난다면 이 문을 열게 되겠지.
시나하라 아쿠아 : 근데 이거... 함부로 열어도 될까? 열었다가 다같이 벌집 되는 거 아냐?
오마지나 하나시 : 물어보면 되지. 야 모노키츠네!!
오마지나는 허공에 소리를 질렀고, 곧 모노키츠네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오마지나는 모노키츠네를 붙잡고 물었다.
오마지나 하나시 : 여기 들어가도 되는 거야?
모노키츠네 : 그런 것도 질문이라고 물어어어. 당연하지이이. 안에 아무것도 없다아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 내려가야 진짜 학급재판장이 나와아아. 엘리베이터는 타면 안 된다아.
시나하라가 기세 좋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온통 하얀색인 좁은 공간이 보였다. 우리 16명이 모두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살펴보았다.
엘리베이터는 호텔의 엘리베이터와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넓다는 것 정도. 흰색 방과 비슷한 크기였다. 모노키츠네가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라고 했으니, 나는 조심하며 버튼을 눌러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문이 열리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인 것 같았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럼 우리 조 조사는 끝인가?
시나하라 아쿠아 : 옙. 우린 기숙사에 돌아갈까.
오마지나 하나시 :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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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는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두 명은 순식간에 뒤쳐지고 말았다. 이레나는 타라에게 당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걸었다. 유레이는 딱히 따라잡을 생각이 없었다.
타라 이루카나 : 식물정원? 이런 것도 있는 건가?
이레나 디너아 : 푸른 공기를 자주 마셔줘야지! 키야아~!
이레나는 식물정원의 한가운데서 깊은 호흡을 반복했다. 그 타라도 말리지 않았다.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깨끗했기 때문이다. 유레이는 상쾌한 표정은 아니지만 과거를 추억하며 나무를 구경했다.
캡틴 유레이 : 나도 옛날에는 식물을 좋아했지.
타라 이루카나 : 지금은 안 좋아해?
캡틴 유레이 : 좋아는 하는데, 1년 365일 대부분을 바다에 있다 보니 풀 냄새에 적응이 안 돼. 지금은 그냥 조사를 위해 참고 있는 거야. 아무튼, 조사할까?
유레이는 먼저 바닥을 살폈다. 바닥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나무 바닥이 아닌 멀끔한 타일이었다.
이레나 디너아 : 여기 뭐 살펴볼 게 있으려나? 일단 나는 없다에 한 표. 바닥이 불에 안 타는 재질이라는 거 말곤 딱히 없는 거 같은데? 저 선장님도 조금 힘들어하시는 거 같고?
캡틴 유레이 : 참는 건 언제까지나 할 수 있지만, 조사할 게 없어보이는 건 동의해.
타라 이루카나 : 동의. 드디어 이레나가 맞는 말 하네?
이레나는 신나서 식물정원을 나갔다. 매점은 바로 맞은편이기에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레나 디너아 : 뭐야.
평소라면 아직도 미친 텐션을 유지했을 이레나의 표정이 굳었다. 타라와 유레이는 이레나의 등 뒤에서 매점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뽑기 기계, 여러 종류의 인형, 쓰레받기와 화분. 그 외에도 선풍기, 색연필 등 너무나도 많은 잡동사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엔...
모노키츠네 : 어서옵쇼오오오!!
이레나 디너아 : 으. 뭐야, 저거? 왜 여깄어?
이레나는 한 발짝 물러나 모노키츠네를 관찰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모노키츠네와는 달리 가슴팍에 명찰을 달고 있었다. 이레나는 유레이의 팔을 꼭 부여잡고 천천히 모노키츠네에게 다가갔다.
점원 모노키츠네 : 난 그냥 모노키츠네가 아니에요오오. 매점에서 일하는 점원 모노키츠네라구요오오. 필요한 거라도오오..?
타라 이루카나 : 필요한 건 없고 그냥 뭐 있는지 보러 왔어.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잡동사니가 가득 있는 거야?
점원 모노키츠네 : 잡동사니라니이이. 상품입니다아아. 흉기는 아쉽게도 없어요오오.
점원 모노키츠네는 쌓여있는 잡동사니를 위태롭게 잡고 있었다.
캡틴 유레이 : 그거 쓰러질 거 같은데? 조심해.
이레나 디너아 : 아니 저딴 애를 왜 걱정해? 깔리면 깔리는 거지!
직후, 모노키츠네는 물건들에 깔리고 말았다.
타라 이루카나 : 결국 깔렸네.
점원 모노키츠네 : 그니까아. 불쌍한 녀서어억...
타라의 등 뒤에서 점원 모노키츠네가 솟아올랐다. 타라는 빠르게 뒤로 돌아 2걸음 정도 뒤로 떨어졌다. 모노키츠네는 당황하며 물건을 정리했다. 그 속에는 아직 깔린 모노키츠네가 있었다.
캡틴 유레이 : 모노키츠네가 종류마다 한 개씩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여러개인 거야?
유레이가 그렇게 묻자 그냥 모노키츠네가 솟아올랐다.
모노키츠네 : 당연하지이이. 한 마리면 힘들잖아아아. 일단 나가봐아아. 시체 치워야 되니까아아.
모노키츠네가 쓰러진 점원 모노키츠네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셋이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모습이었다. 유레이는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하고, 이레나와 타라는 식물 정원에 있기로 했다.
둘은 풀 향기를 즐기며 식물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레나는 생각 외로 타라만큼 식물을 잘 알고 있었다. 타라가 놀랄 수준이었지만, 초고교급 식물학자를 이기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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