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식은 방 안의 싸늘하게 식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싸늘하게 식은 베개를 침대 위로 던진다. 감정은 원래 복합적인 것이라지만, 적어도 나에겐 포함되지 않는 말이다. 커터칼의 플라스틱 부분을 밀어 칼날을 빼냈다. 손목에 갖다 대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용기 따위는 없어서, 피부에 느껴지는 것은 칼의 차가움 뿐이다. 그리고 들리는 노크 소리. 평소보다 더 빠른지 느린지 도저히 모르겠는 박자. 뭣 같은 기대감을 품고서 나는, 커터칼의 날을 넣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방문을 열었다. 엄마가 앞치마의 매듭을 풀면서 손짓했다.''디너아, 밥 먹어라.'' 이제는 '먹다'라는 그 단어만 들어도 헛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나는 속이 급속도로 역해지는 것을 참으며 문을 닫았다.''안 먹어.'' 서서히 좁아지는 문틈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