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리의 연구교실 안에는 시나하라가 있었다. 하나리 본인이 오늘 식당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학급재판이 끝난 후부터 하나리의 상태는 쭉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멘탈이 약한 하나리의 상담을 돕던 하타미츠가 끔찍하게 살해당했으니까. 시나하라는 일찍부터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시나하라가 아침에 하나리를 불렀을 때도 그랬다. 타이밍이 없어 센이시를 비롯한 모두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시나하라는 하나리가 없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시나하라 아쿠아 : 하나리, 있어?
문이 아주 조금 열리고, 그 속에서 잠을 못 이룬 듯한 눈동자를 한 하나리가 비쳤다.
하나리 에린 : 아, 아쿠아 쨩이구나. 왜..?
시나하라 아쿠아 : 같이 밥 먹으러 가지 않을래? 물론 네가 어제부터 쭉 힘들다는 건 알지만, 내가 곁에 있어줄 테니까. 너도 들었지? 오늘 3층도 열리잖아.
하나리 에린 : 아쿠아 쨩, 마음은 고맙지만... 오늘 컨디션이 좀 나빠. 모두에게 난 방에서 쉰다고 전해줘.
시나하라 아쿠아 : 자, 잠깐만 하나리!
야속하게도, 하나리의 방문은 그렇게 닫혀버렸다.
시나하라 아쿠아 : 하나리도 분명 자기 연구교실이 있다는 걸 알면 기뻐할 거야! 다시 기운을 차려서 나올지도 모르고.
시나하라는 심기일전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디자이너의 연구교실'이라는 설명에 맞게, 온갖 큰 천과 가죽, 재봉틀, 가위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단추, 프릴, 리본도 빠지지 않았다.
또 그래픽 디자인도 맡는다는 하나리답게 하나리가 디자인한 것 같은 포스터와 명함, 책 표지 등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구석에는 컴퓨터 한 대가- 잠깐, 컴퓨터?
시나하라 아쿠아 : 컴퓨터로 인터넷에 연결하면 구조 요청이 가능하지 않을까?
시나하라는 빠른 속도로 컴퓨터로 달려가 전원을 켰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하지만, 전원이 들어왔을 때-
시나하라 아쿠아 : 포토샵이랑 메모장밖에 없잖아. 인터넷은... 당연히 없나. 그렇겠지...
시나하라는 실망한 표정으로 조사를 마쳐야만 했다. 여기서 나갈 조그마한 틈까지 막혀버렸다는 허무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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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네노야 나오미 : 후카바야시가 걱정되네. 하긴,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지만.
히네노야 나오미 : 좋아, 조사를 해 볼까! 후카바야시한테 알려줘야지.
히네노야는 먼저 배구선수의 연구교실을 빙글 돌면서 한 번 쭉 훑어보았다. 평범한 배구 코트와 커다란 네트, 배구공이 잔뜩 쌓인 바구니, 선수 대기석과 미니 관중석. '배구'하면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를 한 번에 갖다 박은 방이었다.
히네노야 나오미 : 이건... 라디오인가?
방 한편에 라디오 하나가 놓여 있었고, 예약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에 사진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여고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 여섯 명이 커다란 트로피를 들고 찍은 것이었다. 트로피에 쓰인 내용은, '전국 아마추어 대회 우승'. 사람들 가운데 익숙한 얼굴이 있는 걸로 보아 후카바야시의 배구 팀 같았다. 그 사진을 뒤집어 보니,
히네노야 나오미 : '초고교급 배구선수들'..?
초고교급이 여러 명이라는 건가? 그럼 왜 후카바야시만이 99기생으로 들어온 거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별명일 뿐인가?
히네노야 나오미 : 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키보가미네에 뽑히지 않은 게 행운인가. 뭔가 아이러니한걸...
희망의 학원이라는 키보가미네 학원, 그리고 그 학원에 기쁜 마음을 잔뜩 품고 들어왔을 터인 16명이 지금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 히네노야는 잠시 침울해졌다.
히네노야 나오미 : 잠깐, 그러고 보니... 왜 그 단순한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지?
히네노야가 떠올린 가능성은 그 말대로 정말 단순했다. 어쩌면 여기 갇힌 당일 가장 먼저 떠올려야 했을 가능성.
히네노야 나오미 : 왜 경찰이나, 최소한 우리들의 지인이 우릴 구조하러 오지 않지?
당장 여기 있는 후카바야시의 친구들부터, 아예 경찰인 니에류우, 동료가 분명 있을 에스티나 오마지나, 토라시, 종교적 지위를 가진 나미유.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부모님까지. 이런 초고교급들이 사라졌는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구조 시도도 없었다니.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히네노야 나오미 : 우리 부모님이야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히네노야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고서 잠시 침울해졌다. 각자의 가족도 각자를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더 이상한걸, 어째서 구조는 오지 않지... 생각의 순환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히네노야 나오미 : ... 후. 혼자 생각해 봤자 의미 없어.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편이 좋겠어.
모노키츠네 :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닐 거야아아. 정말 간단한 문제거드으은.
히네노야 나오미 : 뭐, 뭔데..?!
모노키츠네 : 혼자 생각해 봤자 의미 없다고 한 게 누구더라아아.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편이 좋겠다고 한 건 누구고오오.
히네노야는 살짝 찔린 듯이 움찔거리고서 다시 모노키츠네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짜증이 섞인 두 눈빛에서 퉁명스러운 말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모노키츠네는 황급히 말을 정리했다.
모노키츠네 : 너네 어차피 또 모여서 성과 공유인가 뭔가 할거지이이? 그때 한 번에 하지, 뭐어어.
히네노야 나오미 : 그런 건 또 하나하나 아네. 아, 감시카메라. 어디든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 있는 주제에 감시카메라까지 필요한가?
모노키츠네 : 그런 거 하나하나 알려주면 탈출구도 알려주겠다아아. 뭐, 어차피 못 나가지만. 그때 봐아아.
모노키츠네는 언제나와 같이 바닥 속으로 사라졌다. 히네노야는 잠시 바닥을 응시하다가 다시 벤치에 앉았다.
히네노야 나오미 : 그래도 수확이 있었어. 새로운 의문만 생긴 것 같지만...
히네노야 나오미 : 인형이라 잘은 몰라도, 감시카메라 얘기를 했을 때 살짝 흔들렸어. 역시 흑막은 감시카메라를 통해 우리를 관찰해야 하는 거겠지... 모노키츠네가 뭐든지 다 하는 건 아냐. 사람인 흑막 또한 움직여야 해.
히네노야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이 눈을 감고서 몸을 좀 더 기대었다. 그 시간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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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유레이 : 교실... 인가.
유레이는 교실 담당이었다. 사실 너무나도 많이 본 교실이기 때문에 구조 자체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책상 여러 개에 앞문과 뒷문 둘 다 안에서 잠그는 식의 해괴한 구조, 3-A부터 3-C까지 붙여진 이름. 모두 앞선 교실과 같았다.
그래도 1층 교실에서는 안내책자, 2층 교실에서는 정체 모를 사진이라는 단서가 하나씩 나왔기 때문에, 유레이는 나름의 책임감을 갖고서 교실을 조사하기로 했다.
유레이는 모든 책상의 모든 서랍, 교탁, 모든 사물함의 내부와 바닥, 창문에 달린 철판, 걸쇠까지 싹 다 조사한 후 두 번 더 확인했지만...
캡틴 유레이 : 말도 안 돼...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3개의 교실 중 오직 하나였을 뿐이다. 유레이는 다른 두 개의 교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술실 앞쪽의 넓은 공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에스티 : 으음...
뭔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에스티가 있었다. 유레이는 에스티가 뭔가 혼자서 하는지 관찰하려 하다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닫고서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에스티 : 아, 너구나. 놀랐네.
캡틴 유레이 : 넌... 센이시랑 같이 미술실 조사였지? 그런데 여기서 뭐 해?
에스티 : 아... 미술실 내부가 너무 화려해서 좀 머리가 아파지려 하더라고. 센이시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 쉬고 있었어.
에스티의 표정에 정말 질린 듯한 낌새가 있었기에, 유레이는 미술실 내부를 굳이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캡틴 유레이 : 미술실 내부가 화려하다니?
에스티 : 뭐, 너도 나중에 들를 일이 있을 거고 조사 공유에서도 듣겠지만... 웬 어린아이가 한 것 같은 낙서가 너무 많았어.
에스티 : 심지어 뭔가 위험한 것도 많아 보여서... 이번에도 모조리 태워버릴 수도 없고, 큰일이야.
행동력 있는 니에류우나 타라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에스티가 이렇게 걱정할 정도면 아주 지나치게 많다는 뜻일 테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유레이는 잠시 생각하다 자신의 본분을 떠올리고는 황급해졌다.
캡틴 유레이 : 생각해 보니 나도 교실 조사를 위해 이쪽으로 온 건데.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에스티 : 응. 나도 너무 오래 여기 있었네. 수고해라!
에스티는 먼저 등을 돌려 미술실로 들어갔다. 유레이 또한 3-B 교실로 향했고, 이어서 3-C 교실에도 갔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캡틴 유레이 : 슬슬 모일 시간이네. 식당으로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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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시 히치카와 : 다들 모였지? 일단 수고했어.
식당에는 나를 중심으로 에스티, 신마에, 시나하라, 히네노야, 유레이의 여섯 명이 모여있었다. 토라시는 아까 일 이후 개인실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입학식 때 인원인 16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수지만,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오히려 많이 모였다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 속에서 애써서 입을 열었다.
센이시 히치카와 : 그럼, 우리 미술실 조부터 시작할게. 일단 미술실은 우리가 알던 미술실의 모습은 아니었어.
에스티 : 웬 낙서 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눈도 아프고, 미술 창고라고 있는 곳에는 흉기가 널려있고...
히네노야 나오미 : 잠깐, 그건 중요해 보이는데. 더 자세히 얘기해 줘.
에스티는 썩 밝진 않은 표정이었지만 히네노야의 요청에 바로 말을 시작했다. 그래도 알려줄 건 알려줘야 한다는 건가...
에스티 : 조각용 도구들인데, 망치라던가 조각칼이라던가 커터칼 같은 것들이 미술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아니, 안 들어가도 막 보여.
센이시 히치카와 : 미술실엔 굳이 들어가지 말자. 말뿐이라도 예방해야 하는 문제니까.
에스티가 창에 대한 얘기를 할까 봐 걱정했지만, 에스티는 약속을 잘 지켜줬다. 나도 무심코 얘기하지 않아 다행이다.
다음으로는 미술실을 제외하면 3층에서 제일 중요한 방인 과학실을 맡은 신마에에게 시선이 쏠렸다. 신마에는 급격히 받은 관심에 횡설수설하며 뭐라도 안고 싶은 듯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결국 그 팔은 팔짱의 형태가 되었지만.
신마에 히요리 : 마, 말해도 될까..?
캡틴 유레이 : 편할 대로 해.
신마에 히요리 : 우읏...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실도 미술실 못지않게 위험한 데라고 생각해...
과학실은 이름부터 뭔가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막상 상세한 내용을 들으려니 겁이 좀 났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서 귀를 기울였다.
신마에 히요리 :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약품 선반이 있더라고... 약품은 3개로 나뉘는데 건강 약품, 시약, 그리고... 독약.
시나하라 아쿠아 : 독약..?!
신마에 히요리 : 그 외에는 평범한 과학실이긴 했는데... 시약 쪽에도 에탄올이나 메탄올 같은 독성 물질도 있고... 알코올램프도 있고.
신마에 히요리 : 그리고... 오마지나랑 얘기를 좀 했어...
신마에의 얘기를 듣고서 잠시 충격적이었다. 신마에는 소심하고 겁도 많은 데다 저번에 오마지나에게 칼로 협박까지 받았는데, 오마지나와 평범하게 얘기를 할 수 있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장면이었다.
신마에 히요리 : 우으... 근데 오마지나가 말하지 말라 했는데...
시나하라 아쿠아 :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떡해? 걔가 네가 말한 거 들었다 해서 뭘 어쩔 건데?
신마에 히요리 : 알았어... 오마지나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 말하자면 행동 원리야.
신마에는 한 번 더 숨을 크게 쉬어 호흡을 고른 채로 얘기를 시작했다. 역시 평범한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은 했지만 행동 원리라니, 그의 생각을 이해하면 오마지나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 건 허상에 불과했다.
신마에 히요리 : 그,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마... 그냥 네가 왜 그런 태도를... 취, 취하는지 알고 싶을 뿐이니까...
오마지나 하나시 : 몇 번씩 힌트를 흘린 것 같은데. 신뢰를 들먹인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은 해 줄게. 남한테 말하지 마라. 내가 무슨 시선 받을지 뻔하니까.
신마에 히요리 : 으응... 알았어.
오마지나 하나시 : 일단 기본적인 생각은 신뢰와 노력을 최중시하는 내 사상에서 시작이야. 이건 알고 있는 내용이지?
신마에 히요리 : 노력..? 그런 소리는 못 들은 것 같은데... 호, 혹시 말했으면 미안해..!
오마지나 하나시 : 너 그 피곤한 성격은 좀 고치면 안 되냐? 아무튼, 난 노력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 내가 90% 이상은 노력으로 살아온 사람이거든. 뭐, 재능도 있을지 모르지만 노력이 훨씬 더 많았던 건 확실해.
신마에 히요리 : 이, 일단 이해했어. 그래서... 세부적인 건..?
오마지나 하나시 : 그런데 너희들은? 내가 너희들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건 없지만 일단 나보다는 노력이 적었겠지? 재능과 운빨 덩어리라는 거다. 특히 너는 더.
신마에 히요리 : ...
오마지나 하나시 : 불공정하지 않아? 노력으로 가느다란 목숨줄 붙잡고 살아왔지만 어떠한 보상도 없었던 나, 그리고 재능과 운빨로 살아온 너희들. 그런데 같은 학원에 들어와서. 심지어 신뢰를 운운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잘 모르지 않나?
신마에 히요리 : 그런 이유였구나... 널 잘 이해한다고 하진 못하겠고, 납득만 할게...
오마지나 하나시 : 거기다 마침 살인학급생활이라는 환경이라니. 난 마음에 안 들어도 최대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려 했어. 얘네들도 얘네 나름의 신뢰라는 게 있겠거니, 해서.
오마지나 하나시 : 그런데, 살인이 나버렸네? 증명되어 버린 거야. 너희들이 주장하는 신뢰는 쓸모짝에 없는 허구였던 거지.
신마에 히요리 : 그럼, 설마 너의 목적은..?
오마지나 하나시 : 몰살. 답이 됐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물론 평생을 노력해 살아오던 사람과 재능으로 해결하던 사람의 도착지가 같은 곳이라면 그의 입장에서 상당히 괴롭겠지. 거기까진 이해했는데, 갑자기 몰살이라는 현실감 없는 황당한 단어가 튀어나와 머릿속을 하얗게 칠해버렸다.
히네노야 나오미 : 뭐야, 생각보다 더한 놈이었네...
캡틴 유레이 : 이유는 납득 가는데, 결론이 너무 터무니없잖아.
에스티 : ... 누구라고 노력 안 한 줄 아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울분에 이를 꽉 깨물었다. 평범한 사람인 나와 신마에는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초고교급들은 다들 엄청나게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마지나가 그 노력을 한순간에 자신보다 아래, 그것도 재능과 운으로 포장해 버린 것도 모자라 목적까지 이상하니 더 화가 났겠지.
물론 그가 그런 짓을 결심한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의 가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깨부쉈기 때문일 테지만.
센이시 히치카와 : 하아, 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분위기 전환 겸 다음 보고를 들을까?
시나하라 아쿠아 : 내가 할게.
먼저 나선 시나하라의 표정도 어두웠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하는 것 같았다.
시나하라 아쿠아 : 하나리 연구교실에는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 천이랑 재봉틀이 정돈되지 않고 막 널려 있고, 벽에는 포스터 같은 게 잔뜩 있었어. 가위 같은 것도 있었지만 과학실이나 미술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거고.
시나하라 아쿠아 : 그리고 컴퓨터도 있었는데-
센이시 히치카와 : 컴퓨터?!
아, 너무 놀라서 무심코 크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 바람에 모두들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시나하라 아쿠아 : 컴퓨터도... 결론만 말하자면 소용없었어. 인터넷은 아예 없고, 뭔 메모장이랑 포토샵만 넣어놨더라.
캡틴 유레이 : 그거 이외에도 없었어? 설정 탭이 열리면 혹시 뭔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시나하라 아쿠아 : 그것도 안 돼. 아예 그 두 어플 이외 다른 걸 누르려고 하면 강제로 마우스를 어플로 이동시켜서...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정말로 막혀버렸다는 건가. 정말 씁쓸하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캡틴 유레이 : 이런 상황에서 말하긴 뭐 하지만, 교실에도 아무것도 없었어. 미안해.
에스티 : 뭘 네가 미안해하냐. 그냥 그런 거지...
유레이까지 아무것도 없었다는 보고를 해버려서 모두들 더욱더 막막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희망을 불러왔다.
히네노야 나오미 : 자, 자! 다음은 내가 해 볼게. 난 뭔가 알아낸 게 있거든.
센이시 히치카와 : 정말? 뭔데?
히네노야 나오미 : 연구교실 자체에는 예약 설정이 되는 라디오 같은 거 빼고는 뭐가 없었지만, 후카바야시와 후카바야시의 친구들이 찍힌 사진이 있었어.
히네노야 나오미 : 다들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어? 왜 우리 지인들이 우릴 구하러 오지 않지...라고.
그러고 보니 정말이다. 지금쯤이면 이미 엄마 아빠가 구하러 왔어야 했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한 명 당 지인이 두 명씩만 있다 해도 서른두 명인데, 지금까지 너무 조용했다.
에스티 : 안 그래도 가족 때문에 걱정됐었는데... 가족이라고 우리를 걱정하지 않지는 않겠지.
캡틴 유레이 : 그렇네. 동료도 있고 초고교급들은 다 유명하니까. 나도 가족들이나 선원들이 정말 많고.
히네노야 나오미 : 나도 그 생각이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모노키츠네가 다 같이 있을 때 알려주기로 했어. 일단 지금은 안 오니까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히네노야는 황급히 혼란스러운 화제를 치우려는 듯이 이야기를 돌렸다.
히네노야 나오미 : 그리고 감시 카메라에 대한 건도 들었는데, 내 생각에 모노키츠네 말고 인간 흑막이 있는 것 같아.
신마에 히요리 : 인형을 조종해야 되니까... 당연히 있지 않을까..?
히네노야 나오미 : 모노키츠네는 어디든 갑자기 나타날 수 있잖아? 그런데 감시 카메라까지 굳이 필요할까 싶어서.
그것도 그렇다.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면 알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건데, 우리가 어디서 뭘 하는지 쯤이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화제로 얘기가 되던 중에...
모노키츠네 : 내 얘기했니이이? 그래서 직접 왔어어어!
신마에 히요리 : 히익... 지, 진짜 왔어..!
모노키츠네 : 신마에 군, 그렇게 놀라는 레퍼토리 슬슬 지겨운데에에. 아무튼, 히네노야 양이 지인이라던가 구조에 대해 묻더라고오오. 사실 되게 간단한 문제인거어얼.
모노키츠네 : 문제라고 말하기도 아까울 정도로 심플해애애. 왜냐면, 여긴 애초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거드으은. 너네 부모님이라고 해도 접근 못하지이이.
뭐? 접근할 수 없는 곳? 그건 곧 이 건물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가? 여긴 키보가미네 학원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키보가미네 학원은 도심이고, 아니라면 보안 체계가 엄격하다던가? 하지만 외부에서라면 창문을 뚫어서라도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수많은 의문이 생겨났다.
에스티 : 무슨 뜻이야?
모노키츠네 : 왜 이렇게 수동적이니이이. 그런 거, 직접 알아내면 되는 거 아냐아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성이 가로막았다. 거기에 더해 두통까지 올라오고 있어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모노키츠네 : 아, 맞다아아. 너희들한테 두근두근 전해줄 사실이 있어어어.
센이시 히치카와 : 사실... 이라니 뭐야?
모노키츠네 : 별 건 아니고오오, 그냥 사소한 건데에에.
모노키츠네 : 너네들 사이에 딱 한 명.
모노키츠네 : 흑막의 내통자라는 뭔가 근사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거드으은~ 그냥 그거 뿐인데에에.
... 훨씬 큰 혼란과 절망이 곧 올 거라는 걸 깨닫는 것은 꽤나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